올해 전문대학 유학생 수 2만 4303명, 국내 전체 유학생 수에서 12% 차지
‘입학-졸업-취업-정주’ 형태의 전문대학 유학 로드맵으로 ‘정주형 인력’ 양성
요양·간병 돌봄서비스업’ 수요↑, 외국인 ‘돌봄인력양성대학’ 제도 필요성↑
전문대학 외국인 유학생 연도별 추이 분석,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 마련해야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청년 유출’ 등으로 대학들이 휘청이고 있다. 국내 고등교육의 과감한 혁신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 전환이라는 중요한 변화도 앞두고 있다. 특히 라이즈 도입 과정에서 일반대 위주의 정책이 설계되면 직업교육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전문대학가에서는 대학별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보완하며 ‘공유·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본지는 새로운 고등직업교육의 패러다임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공동으로 새로운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한편, 전문대학가에 놓인 당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급증하면서 ‘K-유학’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지 오래다. 특히 최근 ‘한국 정착’을 꿈꾸며 유학길에 오르는 외국인 유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K-직업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전문대학 졸업 후 빠르게 한국 취업과 정착을 이루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Study Korea 300K Project,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는 오는 2027년까지 현재 약 16만 명에 달하는 유학생을 30만 명으로 확대하는 것에 목표를 둔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체 전문대학 유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41.9% 증가한 2만 4303명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학위과정이 1만 4494명, 비학위과정이 9760명으로 각각 전년 대비 45.8%, 37.9% 증가했다. 2024년 기준 전문대학 유학생 수는 국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 20만 8962명 대비 약 12%를 차지한다. 지난해 9.4%에서 처음으로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문제가 이어지면서 외국인 유학생 유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전문대학은 ‘입학-졸업-취업-정주’로 이어지는 유학 로드맵을 구축해 유학생을 ‘지역 정주 인력’으로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에 본지-전문대교협 공동기획 마지막 편에서는 전문대학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향후 발전·지원 방향을 모색해 봤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 부족 산업군별 세밀한 교육과정 설계 필요 = 전문가들은 유학생 증가 추세에 발맞춰 지역 산업에 부족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군별 외국인 유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고령화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요양·간병 돌봄서비스업에서 외국인 인력양성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저출생, 고령화, 가족 형태 변화 등으로 요양·간병 돌봄서비스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화율이 2025년 20%에서 오는 2030년 24%까지 늘어난다. 75세 이상 인구 비율도 2025년 8%에서 2030년에는 10%까지 증가한다. 고령자 가구는 오는 2050년 1137만 5000가구까지 늘어나 전체 가구의 약 50%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 평균인 80.3년보다 3.3년 더 길다. 이에 따라 노인 돌봄 인력 수요는 오는 2042년 최소 61만 명에서 155만 명까지 증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전문가들은 지난해 노인 돌봄 인력은 2022년보다 2만 명 감소했으며, 오는 2042년에는 12만 명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가운데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 287만 명 가운데 종사자는 전체의 22.9% 정도였다. 향후 2030년에 약 9만 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교육계에서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요양·간병 돌봄서비스 분야의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근 법무부는 유학생비자(D-2), 구직비자(D-10)의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을 허용하고 특정활동비자(E-7)에서 요양보호사 직종을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대교협은 “외국인 간병·요양 ‘돌봄인력양성대학’ 제도를 운영하고 현장 실무 중심으로 설계된 과정평가형 교육과정을 운영해 관련 자격을 부여해야 한다”며 “지역우수인재 비자, 영주권·거주권 비자 취득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사회통합프로그램 과목 이수도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이하 해인협) 출범식과 창립총회가 개최됐다. 이날 전국 전문대학 총장, 부총장, 국제교류원장 등 대학 주요 보직자가 참석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난 3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이하 해인협) 출범식과 창립총회가 개최됐다. 이날 전국 전문대학 총장, 부총장, 국제교류원장 등 대학 주요 보직자가 참석했다. (사진=주지영 기자)

■ 유학생 유치부터 유학 문화 조성까지 ‘함께’ 만든다 =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서도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맞춰 전문대학가에서는 ‘전문대학형 외국인 인재’ 양성을 목표로 고등직업해외인재유치협의회(이하 해인협)를 출범했다. 전문대학들은 해인협을 기반으로 ‘함께’ 현지 유학박람회에 참가하고 공유 콘텐츠 개발에 힘쓰고 있다.

해인협은 전문대학 특화형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지난 3월 출범했다. 현재 총 61개 회원교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핵심 사업으로는 △직무 한국어 교육 콘텐츠 공동 개발 △국제교류 전문가 연수 과정 운영 △독립국가연합(CIS) 대상 전문대학 한국유학박람회 개최 △간병·요양 외국인력 양성 방안 연구 등이 있다.

특히 해인협은 지난 8월 ‘제1회 우즈베키스탄 한국 고등직업기술 유학설명회·입학박람회’를 개최해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전문대교협(해인협)과 타슈켄트 한국교육원이 지역 정주형 해외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바탕으로 우즈베키스탄 내 한국 고등직업교육 모델을 확산하고 유학생 유치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해인협은 앞으로 대학과 지역·산업 간의 협력 체계 구축을 위해 ‘관련 부처·지자체 협업’ ‘유학생 대상 돌봄 인력양성’ 등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조훈 해인협 사무총장(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은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국내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유학생 전용 잡매칭 플랫폼인 ‘K-Work’를 오픈했다. 해인협은 앞으로 중소벤처기업부와 협력을 바탕으로 외국인 유학생의 지역 기업 채용 활성화, 국내 정주 여건 마련 등을 위한 정책 대응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와의 협력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해인협은 지난 3월 방송대와 ‘고등직업 한국어교육 콘텐츠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 기관은 현장 실무에 필요한 직업기술분야 한국어 교육 콘텐츠 공동 제작을 위해 협력한다. 조훈 사무총장은 “유학생 대상 돌봄 인력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방송대와 한국어(돌봄)콘텐츠를 개발·배포하고 산업체 실습도 지원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캐나다 College of the North Atlantic 정문 앞에서 2024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유아교육트랙 참가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전문대교협 제공)
캐나다 College of the North Atlantic 정문 앞에서 2024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유아교육트랙 참가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전문대교협 제공)

■ 국내 전문대학생 ‘글로벌 경쟁력’ 제고 = 전문대학가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 확대뿐만 아니라, 내국인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전문기술 분야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마련된 ‘아세안 티벳(TVET, 직업기술교육훈련) 학생교류 사업’ ‘글로벌 현장학습’ 등이 그것이다.

전문대교협과 교육부는 지난 4월 ‘2024년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선발 결과’를 발표했다. 올해 △자율형 △지정형 △창업트랙 △유아트랙 등 일반선발에서 전문대학 50개교의 학생 1032명이 응시했다.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사업은 전공과 연계한 해외 현장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 지원 사업 형태로 참가 학생들은 항공료, 연수비, 체재비 일부를 받을 수 있다. 선발 학생들은 파견 전 사전교육과 국가별 파견 후 현지 적응교육, 산업체 현장실습에 참여한다. 현장실습 후에는 진로 설계를 위한 사후관리도 받는다

특히 올해 사업에는 캐나다 ‘취업연계 유아교육트랙’이 신설됐다. 올해 첫 시범 운영된 유아교육트랙 현장실습에는 경복대, 경인여대, 대구과학대, 배화여대, 우송정보대학, 춘해보건대 등 총 6개교에서 14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유아교육과 3~4학년 재학생들로 구성된 연수단은 캐나다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에서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전문대교협은 “대학 졸업 후 캐나다 현지 유아교육 분야 취업 연계 가능성도 있다”며 “캐나다 유아교육기관에서 교육실습 후 현지 영주권, 교사 자격을 취득해 현지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교육부와 전문대교협은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캐나다 ECE트랙(Early Childhood Education Track) 정식 운영을 위한 세부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 실장은 “전문대 글로벌 현장학습은 해외에서의 직무 체험을 바탕으로 타문화를 이해하고 외국어 능력을 키우는 등 전문대학생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이다”며 “올해 신설된 캐나다 ‘취업연계 유아교육트랙’은 해외 유치원에서 맞춤형 교육실습을 바탕으로 글로벌 역량과 취업 노하우를 동시에 키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외국인 유학생과 내국인 학생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학생교류사업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2024년도 아세안 TVET 학생교류 사업’은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아세안) 3개국의 고등직업교육 기관 간 전문기술 분야의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고자 기획됐다.

본 사업은 오는 2029년 2월까지 5년 간 진행된다. 올해 2학기에는 경인여대, 계명문화대, 구미대, 한국영상대가 학생교류에 참여했다. 선정 대학 학생들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아세안) 3개국에 파견되고, 아세안 3개국 학생들은 국내 전문대학에서 교육을 받는다. 교환학생으로 수업을 듣는 이들은 한 학기 동안 학교별 특성화 분야를 기반으로 한 산업 연계 직무 교육과정에 참여한다. 아세안 티벳 학생교류사업 바탕에는 지난 2022년 6월 전문대교협 규제개선 과제로 제안된 ‘전문대학 직업 수요를 반영한 해외 학생 교류 사업’이 있다.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은 향후 외국인 유학생 정책 현안에 대응하고자 교육부, 중기부, 법무부 등과 협업해 ‘중소기업-유학생 취업 연계’ ‘돌봄서비스업 인력양성 확대’ ‘교육국제화역량사업 4주기 개편안 대응’ 등을 계획하고 있다. 조훈 실장은 “주기별 전문대학 외국인 유학생 현황 통계를 바탕으로 연도별 추이 분석과 데이터 기반 관리체계를 구축해 유학생 유치 확대를 위한 효율적인 전략을 수립하고자 한다”며 “전문대학 글로벌 현장학습, 아세안 TVET 학생교류 사업 운영을 기반으로 전문대학생들의 글로벌·취업 역량을 강화하고 전문직업인 초기 성장을 위한 지원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