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송혜선 인덕대 비즈니스일본어과 교수

지난 칼럼에서는 일본판 라이즈 사업인 COC와 COC+ 사업을 살펴봤다. 이번 글에서는 COC+R 사업과 SPARC 사업을 알아보고자 한다. 특히 SPARC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의 라이즈(RISE) 성공 사례와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COC+R사업은 세 번째 ‘지방활성화인재육성사업’으로 2020년부터 5년간 실시됐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를 맞는 고등교육기관은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을 교육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했다. 이 때문에 당시 일본 대학에서도 다양한 사회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효율적 인재양성의 확립이 요구됐다. 또 지방활성화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있는 고등교육기관이 주축이 돼 그 지역의 교육과 직업, 교육과 새로운 산업을 이어가는 활동이 이뤄져야 했다. 이에 대학, 지자체, 산업체 등은 COC+R 사업을 통해 협력하며 지역에서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했고, 대학과 취업처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방점을 뒀다.

COC+R에 선정된 대학 사례를 살펴보니
돗토리현(鳥取県)은 저출산, 고령화를 비롯한 다양한 지역적 과제를 안고 있다. 돗토리간호대학(鳥取看護大学)과 돗토리단기대학(鳥取短期大学)은 돗토리현, 쿠라요시시(倉吉市)의 지자체, 다른 고등교육기관, 경제·의료·복지 단체를 연결해 ‘돗토리간호대학·돗토리단기대학과 지역의 발전을 추진하는 모임’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내용 중 하나는 전 교원·학생·시민이 참가하는 돗토리 간호대학의 상징적 지역연계 사업인 ‘거리의 보건실’이다. 거리의 보건실은 간호사가 지역에 나가 건강측정이나 건강 상담을 하는 ‘출전형’의 지역 보건 사업이다. 거리의 보건실은 돗토리간호대학이 문을 연 2015년 쿠라요시시의 3개의 지구 공민관에서 시작됐으며, 2016년에는 쿠라요시시(倉吉市)의 13개의 모든 공민관에서 실시됐다. 지금은 돗토리현 내 전 지역으로 확산됐으며,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 확대 전에는 연간 약 80회, 연 2500명이 이용했다. 이 사업에는 돗토리간호대학의 모든 교원(36명)이 참여하며, 재학생들은 학년별로 커리큘럼에 포함돼 전 학년이 함께하는 수업이자 사업이다.

또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사업은 ‘토토리 플랫폼 5+α’ 이다. 이 사업은 지역 과제에 대응하는 고등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한 지역 플랫폼으로 2017년에 조직됐다. 플랫폼의 ‘5’는 현 내(県内)의 5개의 고등교육기관을 나타내며, ‘+α’는 지자체, 경제·의료·복지 단체를 나타낸다. +α는 발족 당시에는 돗토리현, 지역상공단체인 7개의 단체에서, 현재는 쿠라요시시의 사회복지협의회와 간호협회를 더한 10개의 단체로 성장했다. 플랫폼은 2017년 문부과학성 사립대학 개혁 종합지원 사업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COC 사업의 진행 과정. (표=송혜선 교수 제공)

SPARC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지역-대학 연계 포인트
지금까지 일본의 문부성은 ‘지역활성화사업’인 COC, COC+, COC+R사업의 성과를 살리면서 지역 연계와 교육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2022년부터는 지자체와 대학 등이 일체가 돼 과제해결에 도전하는 ‘지역활성화인재육성사업’인 SPARC(Supereminent Program for Activating Regional Collaboration)’ 사업으로 이행됐다.

SPARC사업은 각 지역에 소재하는 대학이 지역의 핵심이 돼 지역 활성화에 공헌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다. 하지만 지역사회가 ‘학생에게 기대하는 능력’이란 무엇인가가 불명확하고, 대학 측도 그것을 제시·양성할 수 없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변동성이 높은 시대에 지역의 핵심으로서 고도화를 담당하는 ‘과학 기술 분야의 인재 양성’이 필요했으나, 당시 상황에서 자연·과학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 비율은 일본 전체에서 약 30%에 그쳤다.

COC, COC+, COC+R 사업을 비롯한 SPARC사업은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SPARC사업은 대학과 지역사회 간 연계를 통해 기존 교육프로그램을 재구성하고, 지역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대학의 교육개혁을 이끄는 사업으로서 의미가 크다. SPARC사업에서 지역사회와 대학이 연계하는 데 있어 몇 가지 주요한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産学官金(산업체-대학-지자체-금융)에 의한 지역연계 플랫폼을 구축해 견고하고 지속적 연계 체제를 정비하며, 지역이 원하는 인재상을 설정한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학위프로그램 전체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 지역의 고등교육을 지탱하는 사업이 돼야 한다. 둘째, 대학과 연계된 추진법인을 설립하고 각 대학의 강점을 공유하며 연계 개설과목을 활용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사업 책임대학 및 참가대학은 학위프로그램 및 교육과정을 지역에서 원하는 인재에게 필요한 융합형 교육프로그램으로 재구축해야 한다.

넷째, 지역사회의 현황과 과제를 배우는 과목이나 지역의 과제에 대해 주체적으로 참가하고 도전하는 학생을 육성하는 교육(지역과제 PBL, 지역학, entrepreneurship 교육 등)을 연계 대학과 협동으로 실시해야 한다. 다섯째, 입학 전의 학생에게 융합형 교육프로그램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연계 대학에 의한 공동 개설 등을 시행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고등학생에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등 사업과의 연결을 위해 고교-대학의 연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여섯째, 상기 과정을 활용해 사회인을 대상으로 지역산업의 고도화에 공헌하는 체계적 이수 증명 프로그램의 구축과 강좌의 개강 등의 시스템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SPARC사업에 선정된 대학 사례
야마나시현립대학(山梨県立大学), 야마나시대학(山梨大学), 야마나시에이와대학(山梨英和大学)은 SPARC사업에 선정된 대학들 중 주목할 만하다. 이 대학들은 학생의 능력개발, 진로상담, 실천활동, 자격취득이라는 커리어와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학사과정 교육과 별도로 설계했다. 지방창생 인재육성을 위해 대학·기업·지자체·관계단체에서 협동으로 실천교육을 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점도 특징이다.

SPARC사업에서 육성하는 인재상은 ‘VUCA(Volatility(변동성·불안정성)·UNcertainty(불확실성·부정확성)·Complexity(복잡성)·Ambiguity(애매성·불확실성))’로 기술습득을 통해 고부가가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학생·사회인의 근간을 뛰어넘는 학업의 장을 구축하고 5가지의 실천적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VUCA과목, 기능과목, 실천과목마다 소정의 단위수를 습득하면 수료증이 부여된다. 주요 프로그램은 △관광고도화 인재육성 프로그램 △지역만들기 가속화인재 육성프로그램 △비즈니스 구상력·경영마인드 양성프로그램 △다문화공생대응 인재육성프로그램 △차세대를 담당하는 entrepreneurship 양성프로그램 등이다.

구마모토대학(熊本大学)과 구마모토부립대학(熊本府立大学)의 SPARC사업
SPARC사업 선정대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은 구마모토대학(熊本大学)과 구마모토부립대학(熊本府立大学)이다.

구마모토현(熊本県)은 반도체 제조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유치를 통한 지역산업 활성화와 글로벌화가 기대되며, 반도체 제조분야뿐만 아니라 정부와 금융 분야의 글로벌 인재공급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특히 영어를 중심으로 한 외국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높고, DS/DX(Data Science Digital Transformation)의 배경지식을 겸비한 인재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았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지역의 DX를 추진하는 인재와 글로벌 기업이나 관련 산업분야를 지원하는 글로벌 인재를 배출함으로써 지역 전체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을 사업의 목적으로 뒀다.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대 사회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위치나 공급망,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기초 지식은 제조업 이외에도 정부나 금융 등의 분야에서도 필요 불가결하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글로벌 교육에 교양교육이 연계된 강좌 ‘현대 사회와 반도체’를 신설해 데이터 사이언스, 반도체 관련 분야의 연계 강좌를 개설했다.

지역과제와 관련해서는 구마모토현의 경제 단체의 지원을 받아 대학이 각 학위프로그램에 지역과제에 관한 PBL을 필수 과목으로 개설했다. 이 외에도 글로벌화가 급속히 추진되는 DX 시대에 적합한 창업 코스를 공동 개발·실시했다.

또한 구마모토대학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보융합 학제 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DS 종합코스와 DS 반도체코스로 구성돼 있으며, 졸업 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서 기업이나 정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DS 종합코스는 인문학과 과학을 융합한 커리큘럼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분석, 정보처리, 통계 등 데이터 사이언스를 종합적으로 학습하며, DX과제의 해결을 폭넓은 관점에서 이끌어 갈 인재를 육성한다.

DS 반도체코스는 기초데이터 사이언스 외에도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반도체 지식의 전문적이고 실천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구마모토현에 진출하면서 반도체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이 코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달 도쿄에서 ‘문부과학성 라이즈 담당관 초청 특강’이 진행됐다. 이날 특강을 마친 뒤 총장단이 히라노 히로키 문부과학성 라이즈 담당관, 카게야마 미사코 치바경제대학단기대학 비즈니스라이프학과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난달 도쿄에서 ‘문부과학성 라이즈 담당관 초청 특강’이 진행됐다. 이날 특강을 마친 뒤 총장단이 히라노 히로키 문부과학성 라이즈 담당관, 카게야마 미사코 치바경제대학단기대학 비즈니스라이프학과장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그동안 두 차례의 기획 연재를 통해, 올해부터 도입되는 한국의 라이즈 체계에 대비해 일본의 ‘지역활성화 인재육성사업’을 살펴봤다. 한국의 라이즈 체계에 해당하는 일본의 지역활성화 인재육성사업은 COC사업부터 시작돼 COC+, COC+R, SPARC사업으로 점차 고도화되며 발전해 왔다. 한국의 라이즈 체계는 대학이 지역활성화의 거점 역할을 한다는 방향성을 잘 잡았으므로, 이제 그 성패는 추진 과정에 달려 있다. 한국도 일본처럼 단계적으로 고도화하며 대학을 개혁하고, 지자체와의 연계를 강화해 지역 정주형 인재를 육성하는 실질적 사업으로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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