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학 수익용 기본재산 수익률, 지난 5년간 2% 중반대 머물러… 물가상승률 고려 시 실질적 마이너스
적립금 운용규모 큰 대학의 공통점… 분산 투자, 외부 전문기관 위탁(OCIO) 등 활용…선진국 대학 사례 참조
수익용 기본재산 수익률 현격히 떨어지는 대학들, 자산 관련 운영 전문성 역량 및 투자 운영 노하우 부족 지적 나와
은행예금보다 3~4% 정도 높은 수익률 목표로 잡아야… 기금 운용 조직이나 법제도 혁신 모색
대학기금 운용의 효과적 활용 방안 논의 필요… 대학의 사명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해야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한국 대학의 총체적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국내 대학의 약 85%를 차지하고 있는 사립대학의 재정난은 매우 심각하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장기간 등록금 동결 및 인하로 누적된 재정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 재정이 정부 지원금과 등록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대학기금 운용의 질적 개선을 도모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국내 대학들의 기금(수익용 기본재산과 적립금) 운용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는 한편, 실질적으로 대학 재정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대학기금 운용 전략과 문제해결 방안 등 개선책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 국내 사립대학 수익용 기본재산 부동산 임대료 수입에 의존…제도·투자 방향 변화 필요 = 국내 대학들은 재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정 규모의 수익용 기본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재산은 대학의 운영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마련된 것으로 부동산 임대, 유가증권 투자 방식 등으로 운용된다.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재정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294개 사립대학(전문대 포함)의 수익용 기본재산 규모는 약 15조 원에 달한다. 이중 수익용 기본재산의 72%는 부동산(토지·건물)으로 구성돼 있고 나머지 27%는 유가증권(주식·채권 등)과 신탁예금 등으로 구성된다. 수익용 기본재산은 과거 5년 총 2조4000억 원이 증가했는데, 증가분이 대부분 토지와 신탁예금 등 저수익 자산에 치우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제도 등 제약과 보수적 투자 기조에 따른 결과지만 이러한 자산 구성은 결국 저조한 운용성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립대학 수익용 기본재산의 수익 구성과 수익률 추이를 살펴보자. 사립대학 수익용 기본재산의 과거 5년간 수익률이 2% 중반에 머물러 있으며 해당 기간 동안의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건물 임대료 수입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재산의 약 58%를 차지하고 있는 토지의 수익률은 1% 또는 그 이하로 저조한 수준이다.
정부가 저수익 재산을 고수익성 재산으로 전환할 것을 장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자산에 편중된 재산 구성, 각종 제도와 규제 등 운용상의 제약, 담당조직의 전문성 부재에 기인한 보수적 운용 기조 고착화 등이 수익용 기본재산 수익률 개선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익률 개선을 위해 운용 자산 다변화와 전문성 강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 분산된 포트폴리오 보유하고 전문성에 기반한 운용 전략 수립해야 = 2024년 수익용 기본재산 수익률 상위 및 하위 대학을 살펴보면 문제점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수익률 상위 대학(재산규모 300억 이상)은 △인제대(11.9%) △한림대(10.4%) △경희대(9.8%) △고려대(8.9%) △아주대(7.3%) 순이다. 수익률 하위 대학(재산규모 300억 이상)은 △계명대(0.1%) △가천대(0.2%) △신한대(0.2%) △중앙승가대(0.3%) △경일대·영산대(0.4%) 순이다. 수익률 상위권 대학 중 일부는 유가증권 운용에서 양호한 성과를 달성했으며, 연세대의 경우 적절히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과거 5년 동안 기간에 5% 이상의 양호한 수익률을 유지했다. 다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건물 수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는 점은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수익률 하위권 대학의 경우 건물 수익 비중이 낮고 유가증권 운용성과도 저조한 편이다.
최근 글로벌 관세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과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위험요인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학들의 기금 운용의 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현금흐름에 기반한 분산투자전략과 OCIO(외부 전문기관 위탁) 등 전문성 강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조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간영역의 한 투자 전문가는 “투자에서 가장 기본이자 강력한 원칙은 ‘분산투자’와 ‘현금흐름 확보’다. 국내의 다수 대학이 재정 구조가 열위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투자원금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대학 재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현금흐름에 기반한 투자가 진행돼야 한다”며 “대표적 자산군이 채권이며, 주식의 경우 기술주보다는 배당주가 적합할 수 있다. 또한 업종·회사별로 고도로 분산된 대출펀드나 자산군별로 적절히 분산된 ETF 운용도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두 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장기투자를 통해 복리효과를 누려야만 실질적으로 기금 운용이 대학 재정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등 운용 전문성 강화 차원에서 해외 선진국 대학처럼 OCIO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 대학 적립금 운용 현황 개선 필요 = 대학 재정구조를 거론할 때 늘 언급되는 것 중의 하나가 ‘적립금’인데 국내 대학의 적립금 운용현황은 수익용 기본재산 운용 성과보다 더 저조한 수준이다.
우선 적립금에 대한 정의를 짚어보자. 적립금은 사립대학이 연도별 운영차액들을 기금의 형태로 적립·운영하는 자금으로 운영 형태에 따라 원금보존 및 임의 적립금으로 구분된다. 적립 목적에 따라 연구·건축·장학·퇴직·특정목적적립금으로 나뉜다. 적립금 재원의 경우 등록금회계로부터의 적립은 당해연도 건물의 감가상각비 상당액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건축적립금으로만 적립할 수 있다. 비등록금 재원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기부금수입과 법인으로부터 받는 전입금, 이자에서 발생되는 수익과 기타 특별회계전입금, 산학협력단전입금 등으로 구성된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22조 2에 따라 적립금은 그 상당액을 기금으로 예치해야 한다. 다만, 고등교육법 제2조 각 호(대학, 전문대학, 기술대학, 산업대학)에 해당하는 사립학교에서는 적립금의 2분의 1의 한도 내에서 자본시장법 제4조 2항 각 호에 따른 증권을 취득할 수 있다.
■ 사립대학의 적립금 최근 5년간 부진한 수익률 기록 = 사립대학의 적립금 규모 추이와 투자 현황을 살펴보면,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교비회계 적립금 증가에 힘입어 2020년 11조6000억 원에서 2024년 기준 12조20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사립대학은 적립금 중 일부를 주식, 채권, 수익증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고 있으며 2024년 투자규모는 투자원금 기준으로 약 1조650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총 누적 적립금의 13.5% 수준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적립금은 원금보존 적립금으로 정기예금 등에 예치되어 운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사학진흥재단 통계에 따르면 사립대학 적립금의 유가증권 투자는 90% 이상이 채무증권과 수익증권에 집중되어 있다. 누적 투자 성과를 나타내는 평가수익률(총 투자원금 대비 적립금 평가차액의 비율)은 2021년 1%를 제외하곤 최근 5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2022~2023년 동안에는 지속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자산가격 하락으로 채권과 수익증권 평가수익률 하락 폭이 확대된 바 있다.
적립금 운영규모가 큰 대학들은 수익증권 또는 수익증권 타 자산을 적절히 분산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시황 변동에도 수익률 하락이 제한, 연도별 수익률 편차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화여대, 성균관대, 포스텍 등 기금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대학들은 기금 일부를 외부 전문기관에 위탁(OCIO)해 운용하는 점도 눈에 띄었다. 반대로 적립금 규모가 작을수록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어 큰 폭의 수익률 하락이 발생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학의 적립금 유가증권 투자 성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24년 적립금 평가액이 500억 이상인 대학 중에서는 동덕여대의 성과가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덕여대의 수익률은 2020년 1.4%, 2023년 –10.2%, 2024년 –4.9% 등의 추이를 보였는데 적립금 운용규모가 상대적으로 큼에도 불구하고 채무증권에 집중 투자된 영향으로 수익률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100억~500억 규모에서는 명지전문대학, 100억 이하 규모에서는 경남대, 경동대, 경복대의 운용 성과가 저조했다. 각 연도 기준 누적성과를 나타내는 평가수익률이기에 특정 연도에 큰 폭의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이후에도 부진한 성과가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수익률이 현격히 떨어지는 대학들은 자산 관련 운영 전문성 역량 및 투자 운영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점이 공통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대해 투자자문회사 앱솔루트파트너스 정태영 대표는 “다수의 대학들이 단기간에 큰 수익을 내기 위해 큰 리스크를 감수하는 경향이 있다. 고수익 부동산 관련 대출이나 비상장기업에 투자하거나 과도한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파생상품 등에 투자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며 “은행예금보다 3~4% 정도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하면서 시장 변동에도 원금을 잃지 않는 투자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과의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 뒷받침돼야 대학 재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금운용 전략으로서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대학기금 운용 선진화를 위한 시사점 = 국내 대학기금 운영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장기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려면 어떤 점들이 필요할까.
우선 전제가 돼야 하는 것은 대학기금 운영의 궁극적 목표가 단순한 자산 증식이 아니라 대학의 사명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재정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가령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을 위해 자금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매년 일정한 수익을 창출해 장학금, 연구비, 시설 유지 등 대학 운영에 기여해야 한다. 재산 보존과 안정성 확보도 관건이 된다. 이를 위해 기금의 원금이 훼손되지 않도록 위험 관리와 분산 투자, 특히 시장의 변동성에도 기금이 안정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특히 지출 안정성의 경우 대학의 연간 지출 정책에 맞춰 예측 가능한 현금 흐름을 제공함으로써 수익률 변동성을 완화하고 자산과 부채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점도 살펴봐야 한다. 이 밖에도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 대학 브랜드 및 기부 유치에 기여 등에 대한 점도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게 기금 운용 조직이나 법제도와 관련해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정태영 대표는 “대부분 대학의 기금운용심의회 위원 임명 권한이 대학 총장에게 있어 독립적이면서도 전문성이 높은 운용 조직을 갖추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법제도 측면에서는 교육부의 대학 재산 운영 및 관리에 대한 규제로 인해 기금운용의 자율성이 매우 낮은 상황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금 운용 선진화를 위해서는 이러한 구조적 측면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병주 영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별 대학은 기금 관리 역량도 없을뿐더러 하려고도 안 한다. 잘 되면 좋겠지만 잘못될 경우 관할청의 감사를 받아야하기에 ‘대학기금 공동관리제도’가 그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문가를 고용해 전문성 있게 관리하고 기금 규모에 따라 관리비도 분담하면 대학기금(적립금)이 많다는 비판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수입 다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