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들 “변화, 혁신, 그리고 대학 존재 방식의 재설계 필요”
인구 절벽·글로벌 경쟁 등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 문제”

한국사회과학협의회에 속한 5대 학회는 공동으로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대 사회과학학회 융합 심포지엄 ‘한국 대학과 고등교육의 위기와 대안’을 개최했다.
한국사회과학협의회에 속한 5대 학회는 공동으로 1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5대 사회과학학회 융합 심포지엄 ‘한국 대학과 고등교육의 위기와 대안’을 개최했다. 세 번째 세션에서 발표를 진행한 문휘창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과 성경륭 상지대 총장,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이 토론을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백두산 기자)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17일 ‘한국 대학과 고등교육의 위기와 대안’을 주제로 열린 5대 사회과학협회 융합 심포지엄에서 세 명의 대학 총장이 잇따라 단상에 섰다. 그들의 메시지는 한결같았다. “대학의 위기는 더 이상 유예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위기를 진단한 언어는 달랐지만, 해법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변화, 혁신, 그리고 존재 방식의 재설계였다.

■ 성경륭 상지대 총장 “지방대 소멸은 곧 지역의 소멸” = 성경륭 총장은 현실을 직시했다. 학령인구 급감, 공급 과잉, 지역 소멸이라는 삼각 파도는 지방대학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 총장은 “대학 절반 이상이 20년 내 사라질 수 있다”며 ‘죽음의 엔진’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대학은 구형 모델이었다”며, 신형 대학은 △학생 범위를 전 생애로 확장 △온·오프라인 혼합 교육 △외국인 유치 확대 △수익 모델 다변화 등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대학은 이제 기업과 지자체, 공공기관을 고객으로 삼아야 생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성 총장은 “국내에 해답이 없다면, 국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한류 팬, 해외 한상 기업, 개도국 교육수요와 연계한 글로벌 전략을 제시했다. ‘글로벌 한류 문화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 대학의 문을 열고, 전 세계를 학생과 협력의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는 발상이다.

■ 이향숙 이화여대 총장 “미래사회, 대학이 다시 설계해야 한다” = 이향숙 총장은 이화여대 수학자 출신답게 명확한 분석으로 발표를 이끌었다. 고령화, 저출산, 디지털 전환, 여성 경제활동 위축, 인재 유출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모든 구조적 위기는 대학과 맞물려 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의 위기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대학이 미래 수요에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대학 교육의 본질적 전환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전 생애 주기형 평생학습 체제, 지식 창출과 활용 중심의 교육 혁신, 개방적이고 네트워크화된 교육 시스템 등을 제안했다.

또한 데이터를 통해 국내 대학들의 재정 현실을 짚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평균의 66.2%에 불과하고, 초등학교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 재정구조 전환 없이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을 ‘20대의 전유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은 이제 고령층, 경력단절 여성, 이민자까지 품는 열린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단순한 포용을 넘어, 대학의 ‘존재 방식’을 묻는 질문이었다.

■ 문휘창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지금 위기? 아니다, 기회다. 문제는 공급자다” = 문휘창 총장은 기조부터 달랐다. “이건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문제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이라고 단언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을 이끌며 몸소 겪은 현장의 경험이 그의 발언에 무게를 더했다.

그는 “대학은 사회가 원하는 것을 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청중에게 던졌다. 문 총장은 “대학이 변화에 뒤처졌기 때문에 기업이 직접 대학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구글 아카데미와 LG 커넥트 대학원의 사례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대학이 기업형 교육 기관과 경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의 ‘연구와 교육의 융합’, ‘모듈형 강의’, ‘양방향 국제화 전략’, ‘직장인을 위한 실무형 대학원 모델’ 등 구체적인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특히 외국 교수와의 협업 강의를 통해 ‘작지만 유연한 대학’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 대학이 해야 할 일은 ‘슈드(should)’가 아니라 ‘머스트(must)’”라며, “이 변화는 해도 좋다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죽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세 총장의 메시지는 하나로 귀결된다. 대학은 지금 ‘재설계’의 시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정원을 줄이고 평가 지표를 바꾸는 구조조정이 아니라, 대학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