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고시: 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정책간담회 국회 의원회관서 열려
사교육 시작 연령 점점 낮아져… 만 0세 사교육 비율 지난해 32.96%까지 올라
‘결정적 시기’에 상호작용 이뤄지지 못하면 성인 돼서도 공격성, 분노 문제 이어져

‘7세 고시: 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정책간담회가 30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김소현 기자)
‘7세 고시: 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정책간담회가 30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김소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4세 고시’ ‘7세 고시’ 등 사교육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가운데 사교육 과열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7세 고시: 유아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전쟁’ 정책간담회가 30일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간담회는 국회 교육위원회 진선미·김영호·고민정·김문수·김준혁·강경숙 의원과 한국교육정책연구원이 주최했으며,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 김용일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이사장, 함승환 한양대 교수,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정현석 가람마인드 박사, 정선아 숙명여대 교수, 김경년 강원대 교수, 상은지 KBS PD, 조장우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충북학부모회 사무국장 등이 자리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7세 고시’라는 용어는 물론, ‘4세 고시’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등장하면서 유아기 사교육 경쟁이 얼마나 조기화되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간담회를 통해 교육이 경쟁이 아닌 성장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근본적 해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은 “오늘날 사교육 경쟁은 그야말로 전쟁이다. 아이들끼리 서로 부딪히며 세상을 넓혀가야 하는데, 그런 역량을 길러야 할 시기에 7세 고시라는 이름이 등장해 교육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가슴이 아프다”라며 “‘최종병기 활’을 만드는 것처럼 아이들을 시험에 능숙한 선수로 만들고 있다. 좋은 논의가 이뤄지고 함께 고민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은 “7세 고시, 4세 고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사회 대개혁의 핵심은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7세 고시, 4세 고시라는 이름으로 어려서부터 사교육 전쟁으로 내몰고 그 시기 아이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빼앗기고 있다는 점에서 책임을 절감한다. 오늘 주시는 말씀과 토론 내용들 어떻게 현장에서 정책으로 바꿔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김은영 선임연구위원은 사교육 관련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2016년과 2024년 진행한 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사교육은 투입 비용·시간 대비 긍정적 효과가 비교적 낮은 활동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은영 선임연구위원은 “조사 과정에서 사교육을 하는 주된 목적을 묻자 학부모 대부분은 아이의 발달과 학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며 “국가에서 제공하는 지원을 받지 않고 고비용을 들여 반일제 학원을 보내는 이유를 묻자 낮은 강사 대 아동 비율 때문이라는 답변이 작년에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 한 명당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돌보는 아이들의 평균 수는 대략 15명인데, 과연 내 아이에게 얼마나 관심을 줄지 고민이 된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두 차례 진행한 사교육 조사 결과를 비교하며 지난 8년 새 사교육 시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6년에 아이가 언제부터 사교육을 했냐고 물었을 때 만 0세의 비율이 12% 정도였으나, 작년에는 32.96%의 아이들이 만 0세부터 사교육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하고 있는 사교육을 지속할 의향이 있냐고 묻는 질문에는 79%가 그렇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과열된 사교육시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상대적 박탈감도 고민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영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월평균 소득이 8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은 월평균 소득 300만 원 미만인 가구보다 2.1배 더 높았다. 또한 평균 소득 800만 원 이상인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월평균 소득 300만 원인 가구보다 6.7배나 많았다.

그는 “반일제 학원을 다닐 경우 월평균 비용은 영어학원이 154만 5000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대학 등록금이 500~600만 원이라고 본다면 강남 일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은 한 달에 300만 원씩 내며 대학 등록금보다 훨씬 비싼 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열된 사교육시장에도 불구하고 사교육의 긍정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유아기 사교육은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이 공존한다. 어린 나이에 사교육을 받을 시 학습 요령을 잘 터득하고 자신감을 얻지만, 과도한 스트레스, 주의산만, 끈기 부족, 주변 사람에 대한 지나친 인식 등의 부정적 영향도 존재한다”며 “사교육을 할수록 사회적으로 미성숙하고 쉽게 싫증을 내는 등의 행동적 문제는 일관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영어교육의 부정적 영향은 언어발달 및 뇌 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도 많다”고 지적했다.

정현석 박사는 ‘결정적 시기’라는 발달심리학적 개념을 설명하며 영유아 시기에 이뤄져야 할 상호작용이 사교육에 밀려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면, 성인이 돼서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결정적 시기란 해당 시기를 놓치면 이후에는 동일한 발달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시기를 말한다. 여러 연구에서 봐도 영유아기는 학습보다 성장이 먼저”라며 “이때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타인과 나의 욕구를 이해하는 기회가 생기는 시기다. 영유아 시기 때 학습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공격성, 반항, 분노 문제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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