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 등 미래신(新)기술 발전 심화… 패러다임 변화
“대학 미래가치는 정보화”… 지속가능성까지 동시 추구
‘AI와 교육의 만남, 미래를 열다’ 주제 콘퍼런스 개최
“정부 차원 디지털 고등교육전략 위한 전용 재정지원 시급”

고길곤 한국교육정보화재단(KREN) 이사장이 11일 오전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 중인 가운데, 그는 이른바 '연결된 공동체로서의 대학'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영식 기자)
고길곤 한국교육정보화재단(KREN) 이사장이 11일 오전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 중인 가운데, 그는 이른바 '연결된 공동체로서의 대학'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영식 기자)

[제주=한국대학신문 김영식 기자] 4차 산업혁명 도래로 디지털 전환(DX)이 가속화하고, 최근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미래 신(新)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국내 대학을 둘러싼 고등교육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시행 등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고등교육의 새로운 체계 도입이 현실화하며 교육현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교육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데이터 기반 교육정보화를 통해 교육 혁신 및 미래기술의 지속적‧안정적 운영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시점, 한국정보화재단(KREN)이 주최하는 ‘2025 교육정보화 컨퍼런스’가 11일부터 사흘간 제주에서 진행 중이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 대학들의 교육정보화 발전 방안 등 교육기술(EdTech) 관련 고등교육 전반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을 도모하고, 구체적 사례 등에 대해 공유하는 논의의 장으로 마련됐다. 이에 본지는 11일 제주 신화월드 컨퍼런스 현장에서 고길곤 한국교육정보화재단 이사장(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정보화본부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한국교육정보화재단에 대한 개괄적 소개 및 이사장님 소개 간략히 부탁드린다.
“한국교육정보화재단은 전국 대학이 함께 만들어낸 고등교육 정보화 공동체로 볼 수 있다. 대학들이 각자 감당하기 어려운 정보화 과제들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2000년대 초 회선 공동구매를 시작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화 인프라와 정책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다.

한국교육정보화재단은 현재 교육전산망 운영, 공동 소프트웨어 구매, 인증체계 연계,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 지원, 정보보안 역량 강화 등을 중심으로, 대학 정보화의 공공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특히 회선 공동구매는 교육전산망이라는 이름 아래 통신 3사와 협력해 전국 대학이 고품질 회선을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저는 현재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및 정보화본부장으로서 대학 차원의 데이터 거버넌스를 수립하고 AI와 데이터 기반 행정체계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이제 재단 이사장으로서 전국 대학이 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에 교육과 연구, 행정의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정책적·기술적 기반도 마련하려 한다.”

- 이사장직에 오른 게 최근인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재단 운영 방향 및 역점 사업 계획이 있다면.
“취임 이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은 ‘연결된 공동체로서의 대학’이다. 각 대학은 서로 다른 여건과 과제를 안고 있지만, 정보를 공유하고 역량을 협업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면 함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크게 세 가지를 중점 추진하려 한다.

첫째, 재단은 단순한 정보화 사업기관이 아니라, 정부와 대학을 잇는 정책 허브로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국가 AI 전략, 대학 혁신 지원 방향과 연계해 대학 정보화 수요를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둘째, 데이터 기반 대학정책을 위한 대학정보화 수준 진단을 제도화하려 한다. 이를 통해 객관적 지표를 기반으로 각 대학에 맞는 맞춤형 정보화 로드맵을 제시하고, 정부의 예산 투입도 전략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셋째, 공동구매 사업의 확대다. KREN 회선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클라우드 자원, AI 교육 플랫폼, 정보보안 시스템까지 공동구매 및 공동운영 모델을 확대함으로써 예산 절감과 행정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려 한다. 특히 한국 대학에 적합한 인공지능 LLM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하고, 이를 각 대학이 공동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

- 대학 정보화 촉진에 재단이 앞장서고 있다. 이를 위한 IT 인프라 구축 등 각종 현안이 산적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학 현장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고, 재단이 구상하고 있는 대안이 있다면.
“대학 현장에서 현재 가장 절실하게 제기되는 과제는 네 가지다.

이 중 첫째는 정보 인프라 격차다. 대학별로 보유한 네트워크나 보안시스템, 클라우드 자원에 큰 차이가 존재하며, 이는 교육 품질과 직결된다.

둘째는 인력의 전문성 부족이다. 정보화 부서의 실무자들이 담당하는 분야는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전문성 교육과 경험 공유의 장이 부족한 실정이다.

세 번째로 정부와의 연계 부족을 꼽을 수 있겠다. 실제 대학의 문제는 실무 단위에서 생기지만, 정책은 중앙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AI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각 대학의 정보화는 기본적인 하드웨어 제공에 급급한 상황이다. 수많은 정보시스템을 통해 데이터가 축적됨에도 불구하고 지능(intelligent)에 기반한 고등교육 현장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재단은 전국 단위 정보화 수준 진단사업, 대학 정보화 실무자 대상 맞춤형 교육체계 개편, 공동 플랫폼 기반 보안 대응 시스템 등을 구상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에 대해서는 디지털 고등교육전략을 위한 전용 재정지원 제도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자 한다.”

고길곤 한국교육정보화재단 이사장은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에 대해 이제 '지원'이 아닌 '지불 의무'라는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진=김영식 기자)
고길곤 한국교육정보화재단 이사장은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에 대해 이제 '지원'이 아닌 '지불 의무'라는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사진=김영식 기자)

- ‘KREN 대학전용망’에 대해 궁금하다. KREN 대학전용망은 무엇이고, 이를 통해 구체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 ‘KREN 대학전용망’이란 전국 대학과 연구기관을 연결하는 고속 네트워크 인프라다. 대학 간의 학술연구, 온라인 수업, 소프트웨어 활용 등을 위한 통신 인프라로 활용되고 있으며, 교육전산망이라는 이름 아래 국내 통신 3사와 협력해 공동구매 방식으로 회선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공동구매를 통한 고품질 저비용 제공’이다. 대학들은 개별 계약 대비 훨씬 낮은 가격으로 안정적인 회선을 확보할 수 있으며, 전국 97% 이상 대학이 이를 통해 다양한 교육·행정 업무를 운영 중이다.

또한 KREN은 단순한 네트워크를 넘어 AI 분석환경, 클라우드 자원, 정보보안 공동 대응 시스템으로 확장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어 향후 대학 정보화 생태계의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현재 재단에서는 각 지역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역협의회 현황 및 임무, 구성, 역할 등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듣고 싶다.
“전국 11개 권역에 설치된 지역협의회는 재단과 대학 간의 ‘현장-정책 연계 구조’를 실현하는 핵심 장치다. 각 지역의 중심대학이 본부대학으로 지정돼 정기적인 회의와 세미나, 간담회를 주관하고 있으며, 지역의 정보화 수요와 현안을 수렴해 재단과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협의회는 형식적인 운영을 넘어 대학 간 정보 공유, 공동 과제 발굴, 지역 기반 실증사업 기획 등 실제 정책의 실험실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재단은 향후 지역협의회별 데이터 기반 협업 모델, 클라우드 공동 인프라 모델 등을 통해 지역협의회를 ‘소통 창구’에서 ‘공동 실행체’로 전환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 11일부터 제주에서 재단 주최로 ‘2025 교육정보화 콘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이를 통해 대학 사회에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 콘퍼런스는 ‘AI와 교육의 만남,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대학의 디지털 전환을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AI, 빅데이터, 고등교육망, 공동구매 시스템 등 다양한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교육의 방식, 구조, 역할을 바꾸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저희가 강조한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정보화는 더 이상 전산실의 업무가 아니라 대학 전략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 협업을 통해 개별 대학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공동으로 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재확인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모인 600여 명의 정보화 기관장, 실무자, 정책가들이 대학의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자리로 열린 만큼, 이번 행사가 실질적인 해법을 찾는 계기가 됐기를 기대한다.”

- 마지막으로 이사장님의 포부도 듣고 싶다. 4차산업혁명 도래로 인한 AI‧클라우드 등 신기술 도입이 시급한 시점, 대학과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데이터는 단순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전략’의 출발점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정보화 부서는 이제 단순한 유지보수 조직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과 거버넌스를 통해 대학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지능형 전략 본부로 진화해야 한다.

재단은 그러한 전환을 지원하는 파트너로서, 개별 대학의 역량을 모으고 정책을 설계하며 실행까지 함께하겠다. 대학들이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로 연대할 때, 고등교육의 미래는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정부, 대학, 민간이 함께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

특히 현재 대학들의 정보화 준비 상황은 미흡한 수준으로, 한국 대학에 필요한 기술적 지식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별 대학들의 연구‧협력이 요구된다. 곧 다가올 시대 대학들은 정보화 공동체에서 도태될 우려가 크며, 이에 대비하기 위한 상당한 강도의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뜨거운 냄비 속 개구리’ 같은 상황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요구되는 이유다.

실제 정보화 관련 지역간, 심지어 같은 대학 학과간 격차 또한 크다. LLM 모델 등 기본적인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활용할 수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이는 학생간 격차도 점점 커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학생 모두 교육받을 수 있는 것으로 국가 차원의 보편적 서비스 제공 차원의 문제다.

정부에도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정부는 고등교육에 있어 과연 대학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한 뒤 이들 대학이 직면한 처절한 현실을 이해하고 정책적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낡은 네트워크와 커지는 소프트웨어 가격 격차, AI 접근성이 더욱 어려워지고, 투자 또한 불균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대학 정보화를 둘러싼 도전은 학령인구 감소 못지않은 매우 엄중한 상황이란 것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는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서비스를 대학들은 매우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이상적 가치를 좇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매우 소홀하다. 정부는 정당한 서비스 가격에 대해 지불할 의무가 있다. 이제 지원이 아닌 ‘정당한 지불’이라는 개념의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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