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관련 3대 학회 ‘이재명 정부’에 이민정책 국정과제 제안
“유학생·이주민, 지역 머물게”… ‘정주형’ 이민정책 전환 촉구
이주민 정주여건 평가 시행·구인구직 정보 ‘지역대학과 공유’

원광보건대 치기공과 실습실에서 네팔 학생이 실습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원광보건대 치기공과 실습실에서 네팔 학생이 실습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유학생과 이주민의 지역 정주를 유도하는 방향의 이민정책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민정책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른바 ‘국가균형발전형 이민정책’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력 수요를 분석하고 이를 지방정부-산업체-지역대학이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주기적으로 유학생·이주민 대상의 ‘지역 정주여건 평가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외국인 유학생과 이민자들의 ‘수도권 쏠림’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한국이민정책학회, 한국이민법학회, 한국이민행정학회 등 이민 관련 3대 학회는 지난달 27일 ‘이재명 정부에 전하는 국정과제’ 주제 토론회를 개최하고 30개의 이민정책 관련 국정과제를 제안했다. 이번 토론회는 ‘2025년도 한국이민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 프로그램 일환으로 진행됐다.

3대 학회가 제안한 국정과제 가운데 ‘혁신’ 부분에서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이민정책으로 ‘해외 우수인재 유치’ 등 인적자원 유입 체계를 개선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유학생과 이민자의 지역 정착을 위한 지역이민정책 발전 방향도 제시됐다.

학회 관계자들은 이주민 교육·훈련기관을 일원화하고 이주민과 유학생 체류 특성에 맞춰 교육과정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존의 이민자사회통합프로그램은 대부분 결혼이민자에 맞춰져 있다는 지적이다.

김태환 한국이민정책학회 고문은 “법무부의 사회통합프로그램, 여성가족부의 다문화지원센터 등에서 이민자들을 위한 한국어·한국문화이해 교육프로그램이 있는데, 대부분 결혼이민자의 특성에 맞춰져 있다”며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들을 위한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결혼이민자,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은 체류하는 배경, 특성이 다르다”고 짚었다.

유학생 ·이주민과 지역 산업체를 연결하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필요성도 언급됐다. 실효성 있는 플랫폼 운영을 위해 정부·지역에서 산업 인력 수요를 조사하고 이를 지역대학과 공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정부 부처에서 유학생과 지역 산업체를 연결하는 구인구직 플랫폼이 있으나, 유학생과 산업체 수요 간 미스매치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환 고문은 “지역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연계를 위해 직접 산업체를 찾아다니는데,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 지역 산업체가 구직 정보를 모르기도 한다. 수요와 공급 매칭이 잘 안되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산업에서 인력이 필요한 부분을 파악하고 이 정보를 지역대학과 산업체에 공유해야 한다. 또 인근 지역과도 교류해야 한다. 외국인 취업 연계가 대학의 책임으로 남으면 안된다. 정부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민 정주여건 평가제도’ 도입도 제안됐다. 3~4년 주기로 이주민이 직접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평가하는 제도다. 학회는 평가 결과를 분석해 지역 이민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민정책에 유학생과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함이다.

김 고문은 “이주민들의 지역 만족도를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민정책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 지난해 이민정책연구원에서 이와 유사한 조사를 한 적이 있다. 서울·경기 지역을 제외하고는 ‘지역소외’ 문제가 나타났다”며 “지방으로 갈수록 이민자들도 인프라 부족으로 힘들어한다. 이들도 수도권으로 옮기고 싶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제안서에는 ‘이민처 신설’ ‘이민사회기본법 제정’ ‘이민통합기금 신설’ 등이 핵심 내용으로 담겼다. ‘이민처 신설’은 3대 학회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3대 학회는 지난 5월 국무총리 산하 이민처 신설 지지·대선공약 채택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이민처 신설을 촉구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권태훈 더불어민주당 중앙선대위 다문화위원회 정책단장은 “이민정책이 부처별로 분산돼 정책혼선이 있다”며 “이강일 의원실에서 발의안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같이 조정 기능을 강화한 이민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학계에서는 이민처를 중심으로 여러 부처에 분산된 이민정책을 통합·관리하고 예산 중복 투자는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민법체계 통일과 단일화를 위해서라도 이민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윤철 한국이민법학회장은 “이주민을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일원으로 ‘통합’과 ‘공존’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며 “지속가능한 국가 발전과 이익 유도를 위해 통합법체계에서 이주정책 전담 독립행정기관을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토론 참석자들은 이재명 정부에서 지역인구소멸, 생산연령인구 문제 등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 이민정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국정과제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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