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수업·따돌림 금지” 서약서에 담겼지만, 내부 불신 여전
실효성 논란 속 복귀생-기존생 갈등, 추가 대책 요구 커져

경희대 의과대학 건물 1층에 위치한 종합실습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 앞에는 지난 2월에 진행한 학위수여식 관련 공지가 그대로 붙어있었다. (사진=강성진 기자)
한 수도권 대학 의과대학 종합실습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2학기 복귀를 앞둔 전국 의과대학들이 의대생들에게 ‘따돌림 금지 서약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약서에는 동료 의대생 학습권 침해, 집단 따돌림과 폭력 등 부당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0개 의대 학장들이 모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전날 진행된 회의에서 복귀 의대생을 대상으로 한 공통 서약서 양식을 만들고 각 대학에 배포했다.

서약서에는 학사 정상화 협조, 공동체 질서 준수, 차별 행위 금지, 성실한 수업 참여 등이 명시됐으며, 위반 시에는 학칙에 따른 처벌이 가능하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복귀생 보복’, ‘따돌림 암시’ 글이 올라오고, 실제로 먼저 복귀한 학생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된 데 대해 대학 측이 대응 차원에서 마련한 조치다.

그러나 서약서만으로 내부 갈등이 실질적으로 해소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여전하다. 먼저 복귀해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과 2학기 복귀생 사이에 존재하는 깊은 불신과 형평성 논란 때문이다.

실제로, 복귀한 일부 학생들은 서약서 제출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갈등 해소를 위한 실질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서약서만으로 재발을 막기에는 부족하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선 보다 근본적 대화와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또한 서약서 제출만으로는 갈등을 봉합할 수 없다며, 실질적 조치가 포함된 후속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약서 자체는 구성원에게 금지 행위 및 원칙 준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위반 시 제재 가능성을 인지시켜 예방적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다만, 서약서는 단순한 형식적 요식행위에 그칠 위험성은 물론, 실질적 제재로 이어지기 어렵다. 구체적 피해가 발생했을 때 처벌이나 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실제 갈등 예방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약서만으로는 구성원 간 불신과 심리적 벽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기존 복귀생에 대한 실질적 보호 방안, 상담 프로그램, 소통 강화 등 후속 대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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