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대한민국 고등교육 체제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 정책은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 완화를 넘어, 자생적 학문생태계 구축과 공교육 정상화 기반 조성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대한민국 고등교육 체제의 구조적 전환을 요구하는 장기 프로젝트다. 이 정책은 지방소멸 위기와 수도권 집중 완화를 넘어, 자생적 학문생태계 구축과 공교육 정상화 기반 조성이라는 또 다른 목표를 갖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고등교육정책 공약인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학령인구 감소 기조 속에서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고 교육 불균형을 해소, 지역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거점국립대 9곳을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해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는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지역 소멸 위기, 저출산·고령화 문제, 심화되는 사회 양극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시도로 이해할 수 있다.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해 과도한 입시 경쟁 완화와 사교육 부담 경감 기대, 고등교육 생태계 전반의 구조 개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서울대’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치 않다는 데 있다. 질 높은 특성화 교육과 다양한 학생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명문대학, 세계적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가진 대학, 혹은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높은 대학 등 여러 개념이 혼재돼 있다. 이러한 개념적 모호성은 각 대학이 예산 투입 전략을 세우고 정책의 목표를 명확히 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단순히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각 거점국립대가 어떤 분야를 특성화하고 지향할지 구체적인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가인재육성과 지역균형발전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 중 하나다. 대학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수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에 예산만 투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수 교원을 유치하기 위한 규제 완화, 지역 일자리 및 정주 여건 개선 등 포괄적인 지역 인프라 확충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정책의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대학과 지역의 발전은 공동 생태계로 엮여 있으며, 이 둘의 상생 없이는 정책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책 추진을 위한 재원 조달 방식 또한 중요하다. 민간 투자 유치와 공공-민간 파트너십(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 체결을 통한 성공적인 지역 발전 모델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 아래 지역 주도형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지자체·산업체·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다각적인 재원 조달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국가 예산 지원을 넘어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한 수익 모델 개발, 지역 발전 기금 조성 등 폭넓은 시야로 재원을 확보하는 전략도 요구된다. 이 같은 노력 없이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단기적 성과에 그칠 수 있다.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단기적 이벤트가 아닌, 10~20년의 장기 프로젝트로 제도화돼야 한다. 정책의 지속성, 대학의 자율성 보장, 그리고 구체적 실천 방안 수립이 성공의 핵심 열쇠다. 중앙정부가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대학·정부·지자체·산업계가 함께 정책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바텀업(Bottom-up)’ 방식의 추진이 필요하다. 이러한 협력과 체계적 과정을 통해 대학의 내부 혁신과 체질 개선, 구조 개혁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교육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을 조율하고 협력하는 강력한 정책 거버넌스 구축도 빼놓을 수 없다. 국립대 총장의 4년 임기 동안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리더십, 지역 동료 대학 및 지역사회·지역기업과 활발히 소통하는 ‘네트워크 대학’으로의 발전 또한 중요하다. 정부는 우수 사례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브하고,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대학별 맞춤형 컨설팅 지원 체계를 갖추어 지속적인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대학 시스템처럼 지역 환경과 산업 특성을 고려한 특성화 발전 전략을 지원하는 규제 혁신과 맞춤형 지원 또한 정책의 성공을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재명 정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은 인구 감소, 지역 불균형 등 복합적인 국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고등교육 혁신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책 목표의 명확화, 지역 인프라 확충, 다각적인 재원 조달,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인 거버넌스 구축 등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풀어 나간다면, 이 정책은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며 대한민국의 미래 교육 지형도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