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는 항저우의 수천 개 혁신 기업 중 하나에 불과”
중국, 거국동원정책·수월성 교육·파격 지원 토대로 인재 양성
국내 의대 선호, ‘불안’ 심리에서 작용… 양질의 이공계 일자리 필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첨단산업 인재 확보, 대한민국의 길’ 토론회에서 정용재 PD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소현 기자)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첨단산업 인재 확보, 대한민국의 길’ 토론회에서 정용재 PD가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소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소현 기자] “중국의 첨단산업은 어떻게 이토록 단기간에 발전할 수 있었을까. 이는 틀린 질문이다. 중국은 R&D 예산을 꾸준히 늘려왔고 흔들림 없는 장기 계획을 토대로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해 왔다. 이는 의대 선호가 강력한 우리나라에도 묵직한 시사점을 던진다.”

KBS ‘다큐 인사이트-인재 전쟁’을 연출한 정용재 PD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첨단산업 인재 확보, 대한민국의 길’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현재 중국의 첨단분야 경쟁력은 주변국을 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단 2개월여 만에 개발된 것으로 알려진 ‘딥시크’는 챗지피티 못지않은 성능을 보였고, 개발 비용은 챗지피티의 10분의 1가량으로 전해지며 충격을 안겼다. 딥시크를 개발한 량원펑 역시 유학 한번 한 적 없는 1985년생의 토종 중국인으로 알려지면서 중국 공교육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동시에 최우수 인재가 의대로 쏠리는 국내 현실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도 이어졌다.

딥시크의 발원지인 항저우를 취재한 정용재 PD는 “딥시크는 항저우의 수천 개 혁신 기업 중 하나에 불과했다”며 “어느 정도 두각을 나타낸 기업 6곳을 ‘항저우 6소룡’이라고 부르는데, 이 기업의 특징은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기업들은 개발한 휴머노이드를 40여 국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으로 한국의 첨단산업 무역특화지수(TSI)는 2022년부터 중국에 역전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흔들림 없는 장기 계획은 첨단인재 양성에 강력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 첨단산업 육성에 물적·인적 자원을 총동원하는 거국동원정책은 연구계와 교육계를 탄탄하게 연결하고, 소수의 인재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수월성 교육은 중국 내에 보편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커전 반·천재반·실험반’ 등에선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교육이 진행되고,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토론하며 창업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는 게 정 PD의 설명이다.

정 PD는 “학생 차별이 아닌지 묻자 당시 중국 학교 측은 더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아이들에게 그들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소수반에는 전교생 누구나 들어올 기회가 부여되는 만큼 실질적으로 평등한 교육 기회를 사교육이 아닌 공교육 차원에서 제공하고 있다는 게 중국 측의 설명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양성된 첨단인재를 대상으로 중국은 파격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정 PD는 “중국의 일류대학 석사 연봉이 1억일 때 딥시크 신입사원의 연봉은 최대 3억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우리나라로 비교한다면 딥시크 신입사원 연봉은 최대 9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초·중·고 우수 학생들에게 진로를 묻자 모두 이공계가 꿈이었고 의대는 선택지에 없었다. 이는 서·연·고에 합격한 평균 42.3%가 자연계에 등록한 뒤 포기하는 것과는 대조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 PD는 우리나라의 의대 선호 사상이 ‘불안’과 ‘안정’의 차원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를 겪은 부모 세대가 추구하는 안정성이 자녀에게도 투영돼 ‘취업할 필요 없고, 합격 이후의 관문이 따로 없는’ 의대를 선호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PD는 “우리나라는 12년간 갈고 닦은 시간의 보상으로 대학 입학증을 바라보고 있다”며 “의대에 가면 취업을 안 해도 되고, 국시는 웬만하면 합격하므로 이후 관문이 없다. 그러나 공대는 입학하면 그때부터 시작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부보다는 안정을 택한다는 인식을 받았다”고 전했다.

결국 첨단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선 이공계를 졸업해도 먹고 살 수 있는, 질 좋은 일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박기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달 탐사를 한다고 생각하면 효과적인 전략은 관련 인력을 10만 명 양성하는 것이다. 그중 가장 잘하는 1000명에게 달 탐사를 맡기는 것”이라며 “그것이 1970~80년대 우리나라에서 이뤄진 정책 기조였다. 그때와 지금과 다른 점은 당시에는 달 탐사를 가지 못해도 나머지 9만 9000명이 취업할 곳이 있었다는 것이다. 결국엔 출구의 문제로, 질 좋은 일자리가 핵심이다. 출구를 해결하지 않고 입구를 넓히는 건 오히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산자위 소속 김종민 의원은 “교육시스템에서 수월성 문제는 포용성 문제와도 연결된다. 두 개가 어떻게 공존하는지가 관건인데, 포용성이 있어야 할 곳과 수월성이 있어야 할 곳이 다르다. 이를 국가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출구와 관련해선 결국 학생들이 졸업 후 창업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랜덤시장으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부분이 취약하다. 5000만 시장에서 나아가 아시아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국가적 경제영토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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