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 국교위 ‘교육의 컨트롤타워’라는 법적 지위와 달라, 행·재정적으로 독립성 확보하지 못해 실질적 영향력 미미
국교위 2기 출범 “기획·합의 중심의 독립기관”으로 거듭나야… ‘사회적 합의’ 복원될까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회의의 공개 확대, 위원 구성의 다양화, 시민참여배심위원회 도입 등 논의 진행
고등교육 분야에서 교육부 여전히 핵심 역할… 국교위와 같이 자체적 기획·집행 기능 병행 필요
교육 거버넌스 개편은 단순한 행정 구조조정 아냐… 한국 교육정책의 철학적 전환으로 바라봐야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이재명 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이 주요한 정책 아젠다로 추진되고 있다. 李정부의 고등교육 정책 역시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양극화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에 방점을 두고 있어 정부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지역 소멸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의 고민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의 구조적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학을 둘러싼 고등교육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방향성을 집중 점검하는 〈이재명 정부 고등교육 정책, 어디로 가나〉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 연재 순서
① 서울대 10개 만들기의 가능성과 한계점
② 사립대 위기와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
③ AI교육과 R&D 투자
④ 교육 거버넌스 개편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거버넌스 개편은 어떻게 이뤄질까. 이재명 정부는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의 기능을 대폭 확대·강화하는 것을 교육 분야 핵심 중점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앞서 교육부와 국교위는 각각 집행기관과 심의·의결기관으로 설계됐으나, 그간의 운영 현실은 ‘서로 다른 톱니바퀴’에 가까웠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교육부가 주요 정책을 독자적으로 밀어붙이고, 국교위는 형식적 절차만 거치는 구조적 불균형이 고착화되면서 한국 교육의 거버넌스는 사실상 이중 체제의 혼선 속에 방치됐다. 이에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교위에 ‘교육정책의 기획·조정권’을 명확히 부여하는 방향으로 기능을 재편하겠다는 의도다.
■ 1기 국교위 ‘법적 미비’ ‘조직력 부족’ 한계 드러나 = 앞서 국교위는 2022년 9월 ‘정권을 초월한 사회적 합의기구’로 출범했다. 국교위법 제10조는 “국교위는 교육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심의, 의결을 거쳐 국가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을 정해야 한다”고 명시하며,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주요 임무로 부여했다. 반면, 교육부는 개별 교육 관련 법률에 따라 3~5년 단위의 종합계획을 수립·집행한다. 법령으로 보면 국교위는 기획·조정, 교육부는 시행·관리로 역할이 구분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디지털교과서(AIDT), 2028 대입제도 개편 등 굵직한 정책을 독자적으로 추진했고, 국교위는 사후 추인이나 통보 수준의 의결에 머물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기 국교위가 “교육부의 하청기구·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법적 미비’와 ‘조직력 부족’에서 찾는다. 현재 국교위의 인력은 30명 남짓으로, 방송통신위원회(230명 수준)나 개인정보보호위원회(160명 수준)에 비해 턱없이 적다. 예산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법률 제정 당시 국회 예산정책처가 비용을 추계한 내용에 따르면, 공무원 정원을 104명으로 가정했을 때 연간 약 190여억 원이다(2025년 기준 재정소요). 하지만 실제 예산 집행 규모는 출범 첫해인 2022년은 9월부터 12월까지 14억 5천만 원(연간 환산 기준 55억 2천만 원), 2023년은 98억 9천만 원, 2024년은 102억 7천 9백만 원, 2025년은 106억 4천 2백만 원으로 기준 재정의 약 절반 수준으로 운영됐다.
■ 국교위, “폐지냐 확대냐”… 국정기획위는 ‘확대 개편’에 무게 = 국교위가 처한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국정기획위원회는 국교위를 폐지하느냐 확대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바 있다.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장을 맡았던 홍창남 부산대 교육학과 교수(전 부총장)는 “국교위를 두고 처음엔 두 가지 의견이 있었다. 제 기능을 못 하는 만큼 폐지하자는 주장과, 본래 취지에 맞게 확대·개편하자는 입장이었다”며 “결국 국정기획위는 후자, 즉 조직 확대 개편 방향으로 정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 30여 명에 불과한 인원으로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 교육과정 개발·조정, 사회적 합의 조정 등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조직을 3국 체제로 확대해 최소 100명 이상 규모로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내용은 국정과제 문안에는 ‘확대 개편 추진’ 방향만 담기고, 구체적 인원·조직 구조는 정부와 국회의 협의 사항으로 남았다.
국교위의 확대 개편에 무게가 쏠리는 가운데, 교육 현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위원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점은 중요한 사안이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국교위법 제19조에 규정된 교육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위원을 상근직으로 위촉해야 한다”며 “특히 교육에 관한 법과 제도, 정책에 정통하고 영유아교육부터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평생교육, 교육자치 및 재정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전문적 역량을 갖춘 분을 전문위원으로 영입해야 국교위의 역량과 위상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교위 한 관계자는 “2기 국교위는 반드시 교육 현안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전문위원과 연구관·연구사 등 연구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행안부에 인력 증원을 요청했는데, 이는 국교위의 연구 및 기획 역량 강화를 위한 조치다. 국교위가 본래 취지에 맞는 기획·합의 중심 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한 여건이 갖춰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 국교위의 재정립 필요… “기획·합의 중심의 독립기관”으로 거듭나야 = 이재명 정부의 교육 거버넌스 개혁 구상에서 핵심은 국교위의 재정립이다. 이재명 정부는 국교위를 명실상부한 ‘교육정책의 기획·조정기구’로 재편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교위법 개정 △국교위의 법적 지위 강화 △국교위원 구성 시 전문성 확보 위한 정파적 인사 비율 축소 및 교육전문가·현장대표 확대 등이다. 특히 교육부와 국교위의 권한 중첩, 부처 간 기능 중복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장은 “국교위는 태생부터 교육부와의 기능 중복을 안고 출범했다. 시도교육청과도 중복이 있고, 교육부 외 타부처와도 기능 중복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법률에 규정된 국교위의 사무를 하는 것이다. 국교위가 자신의 일을 해야 중복이 무엇인지 명확해지고 그것을 협의와 조정으로 해소할 것인지, 입법으로 해야할 것인지 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제도 개편 문제를 두고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여야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회의의 공개 확대, 위원 구성의 다양화, 시민참여배심위원회 도입, 위원장 인사청문 절차 등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이는 국교위를 정파로부터 독립시키고, 국민의 감시와 참여 속에 운영하도록 하려는 제도적 장치다. 위원 구성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와 대통령·국회 추천 몫 축소가 주요 쟁점으로 꼽히는데, 이러한 과정이 마무리되면 국교위는 단순한 행정기구를 넘어 교육정책의 합의·조정기구로 실질적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촉각이 세워진다.
■ 고등교육 거버넌스의 재편… 교육부와 국교위 역할 어떻게 달라질까 = 한편 국교위가 처한 현실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고등교육 분야에서는 교육부가 여전히 핵심적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기획은 국교위, 집행은 교육부’라는 이분법 구도에 대한 경계적인 시각도 있다. 하지만 과거처럼 “모든 걸 통제하는 부처”가 아니라, 대학 자율과 지역 혁신을 지원하는 조정자 역할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는 국교위 결정에 근거해 세부 재정사업과 평가정책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교육부 핵심 관계자는 “교육부는 단순한 집행기관이 아니다”라며 “국교위가 중장기 과제나 사회적 갈등이 큰 사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는다면, 교육부는 여전히 자체적인 기획·집행 기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 기능이란 집행만이 아니라 계획 수립까지 포함한다”며 “법률상 교육부가 일정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된 부분이 많다. 국교위가 10년 단위의 큰 그림을 그린다면, 교육부는 이를 바탕으로 3년·5년 단위의 실행계획을 세우는 식으로 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입시·고교학점제·반값등록금 등 사회적 갈등이 큰 의제의 경우 이해 관계가 복잡해 단기간에 정부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이같은 사안일수록 국교위가 논의의 장을 열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다른 교육부 관계자는 정책의 내용과 시기, 이해관계의 복잡성에 따라 두 기관의 역할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교육과정·입시·교원수급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사안은 국교위가, 단기적이고 실행 중심의 사안은 교육부가 중심이 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등록금 문제는 단순히 대학 재정의 문제가 아니라 ‘고등교육 재원의 분담 구조’라는 사회적 이슈다. 이런 논의는 교육부가 주도하면 정권의 정치적 부담으로 귀결되지만, 국교위가 독립적으로 논의할 경우 장기적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이념을 넘어, 합의로 가는 교육’, 교육 거버넌스 개혁은 ‘정치 개혁’의 시험대 = 이재명 정부의 교육 거버넌스 개편은 단순한 기관 조정이 아니라 한국 교육정책의 철학적 전환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교육정책이 정권 교체마다 뒤집히는 악순환을 끊고, 사회적 합의 기반의 장기적 정책 틀을 만드는 과정이다. 그러나 현실적 과제는 만만치 않다. 국교위의 인력과 예산 확충, 법률 개정, 위원 구성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은 모두 국회와 행정부의 협치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국교위의 결정을 존중하고, 국교위 역시 합의기구로서 실질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홍 교수는 “교육 거버넌스 개편은 단순한 행정 구조조정이 아니라, 정치와 교육의 관계를 다시 세우는 일”이라며 “법과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정책을 정권의 이해관계에서 분리하려는 사회적 의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교위가 제자리를 찾고, 교육부가 집행기관으로 제 역할을 하면 교육정책은 정권의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이 될 것”이라며 “그것이 바로 교육이 백년지대계라는 말의 실질적 의미”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교육 거버넌스 개편은 단순한 행정조직 개편을 넘어, 정치와 교육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교육정책을 정파적 이익에서 분리하고,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공공정책으로 세우는 일은 어느 정권에도 쉽지 않다. 교육은 단기성과의 정치가 아니라, 세대의 미래를 다루는 일이다. 1기 국교위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한국의 교육 거버넌스는 “누가 정책을 내놓느냐”보다 “어떻게 함께 결정하느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교육부와 국교위가 진정한 파트너로 자리 잡을 때, 한국 사회는 비로소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