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교육원(IIE) 발표, 신규 유학생 5명 중 1명 줄어
‘비자 취득 우려’ 압도적 1위…트럼프發 이민 정책 강화 역풍
연간 수십억 달러 재정 손실 우려…대학가 비상체제
독일·캐나다 등 경쟁국, 유학생 ‘반사이익’ 노려

미국 내 825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5~2026학년도 신규 등록 외국인 유학생 수가 전년 대비 1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사진은 챗GPT를 활용해 편집한 사진. (사진=챗GPT)
미국 내 825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5~2026학년도 신규 등록 외국인 유학생 수가 전년 대비 1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사진은 챗GPT를 활용해 편집한 사진. (사진=챗GPT)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미국 대학의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의 비영리 교육기관인 국제교육원(IIE·Institute of International Education)이 지난 17일(현지 시각) 미국 내 825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5~2026학년도 신규 등록 외국인 유학생 수가 전년 대비 1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유학생 수의 급격한 감소를 예고하는 심각한 수치로, 미국 대학들이 재정적, 학문적 위협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비자 쇼크’에 신규 유학생 급감…정책 불확실성 ‘결정타’ = IIE 조사에 따르면, 응답 대학의 96%가 신규 유학생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비자 취득 관련 우려’를 꼽았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해소됐던 여행 제한(68% 응답)보다 훨씬 압도적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미국 언론들은 이 감소세의 배후에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유학생 비자 취소, 인터뷰 중단, 소셜미디어 심사 의무화 등 강화된 이민 및 비자 정책의 여파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유학생들의 미국행을 주저하게 만든 것이다.

특히, 미국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내는 국가 중 하나인 인도 출신 유학생의 급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 대학 재정 압박 심화…수십억 달러 손실 우려 = 신규 유학생의 급격한 감소는 미국 고등 교육 시스템의 재정적 취약성을 노출시켰다. 외국인 유학생은 일반적으로 전액 등록금을 납부하는 주요 재원이다. 미국 대학들은 이들의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으며, 이번 감소로 인해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재정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미 국내 학생 수 감소와 재정난을 겪고 있는 미국 대학들에게 유학생 감소는 치명타가 될 수 있으며, 특히 학부 과정보다는 재정 의존도가 높은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분야의 대학원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IIE 조사에서 기존 재학생을 포함한 전체 유학생 수는 1% 감소에 그쳤지만, 신규 등록이 급감하면서 향후 몇 년 안에 전체 유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글로벌 인재 유치 지형 변화…경쟁국 ‘반사이익’ 기대 = 미국 대학들이 유학생 감소로 몸살을 앓는 동안, 유럽과 북미의 경쟁국들은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유학생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캐나다, 독일, 호주 등은 상대적으로 유학생 친화적인 정책을 내세우며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

AP통신은 “미국이 비자 정책으로 스스로 문을 닫는 사이, 캐나다는 유학생들에게 영주권 취득의 기회를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유인책을 쓰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적 격차는 글로벌 인재 유치 경쟁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교육 전문가 협회(NAFSA)의 CEO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이 더 이상 학생들이 오기를 열망하는 중심지가 아니게 되고 있다”고 경고하며,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이번 IIE의 발표는 단순히 한 해의 등록 현황을 넘어, 미국 고등 교육의 국제 경쟁력 상실과 직결되는 중대한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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