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호 서울대 교수 ‘AI시대 대학 진화 방향’ 조언
“기업서 학위 요구하지 않아… 역량 중심 교육해야”
지난해 평생학습 참여율 韓 33%, 북유럽 60% 이상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블루칼라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젊은 세대 이른바 ‘MZ 세대’도 학위 취득이 아닌 개인 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대학 혹은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 고등교육기관은 여전히 학령기 인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대학 생존을 위한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지난 18일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개최된 ‘대학평생교육포럼’에서 현재 국내 대학들이 ‘학령기 중심’으로 운영돼 미래 생존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는 ‘AI시대 대학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기조 강연에서 “미국 MZ 세대를 중심으로 대학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기업에서도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며 “학위 중심, 학령기 학생 중심의 기존 교육 내용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 대학이 전 생애 학습자를 위한 교육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신종호 교수는 국내 대학을 ‘18세 전용관’으로 표현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4년 대학 진학률은 74.9%로 OECD 중 최고 수준이다. 반면 30세 이상 성인 진학률은 30% 이내로 OECD 최하위권에 해당한다.
신 교수는 “대학이 18세~22세만을 위한 기관에서 전 생애 학습자를 위한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한국의 학령기 인구 취학률은 OECD 평균보다 높지만, 30대 이상 성인의 취학률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고등교육 조사에 따르면, 미국 4년제 대학 진학률이 매년 0.8%씩 줄어들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 학위가 아닌 기술 훈련이 가능하고,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육기관을 찾는 학생이 많아지는 것이다.
2025년 구인·구직 플랫폼 인디드(Indeed)가 미국 성인 7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Z세대 대학 졸업생 51%가 “학위가 쓸모없다”고 응답했다. Z세대 응답자의 68%는 “지금 하고 있는 업무는 학위 없이도 수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신 교수는 “Z세대 답변은 밀레니얼 세대(41%)와 베이비붐 세대(20%)보다 높은 수치”라고 짚었다.
기업에서도 더 이상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구글,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학위 불필요’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신 교수는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기술직, 블루칼라가 재평가받는 시대가 됐다”며 “인공지능에 의해 많은 직업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현장 기술직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내 고등교육기관도 전문가 재교육·전환교육, 산업과 연계한 맞춤형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교육과정에 변화를 줘야 할 시기다. 대학이 선도적으로 평생교육 기관으로 변모한다면 국내 평생학습 참여율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작금의 대학은 성인학습자도 선발하지만 여전히 학령기 인구 중심으로 설계·운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 평생학습 참여율은 33.1%로 북유럽 국가들의 60% 이상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다.
신 교수는 “평생학습 사회에서 개인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삶의 주도성을 갖기가 힘들 것”이라며 “한 번 배운 것으로 평생 살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평생직장’ 개념도 사라질 것이다. 재교육(계속 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