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부정, 폭력, 승부 조작 등에서 탈피... 동아리선수부터 엘리트선수까지 폭넓은 참여 유도"

[한국대학신문 이재익 기자] "우리나라 대학스포츠의 위기는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오래도록 이어진 기형적 시스템 속에 불안한 경제적 상황이 더해지면서 일어난 총체적 난국이다."

대학스포츠의 위기 타파는 고사하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도 잡기 어려운 이유다. 대학안팎에서 대학스포츠와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았을 때나 가능한 일이라 예상한다. 대학들의 행보는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힘을 모으고자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가 만들어졌다.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2010년 대학스포츠의 정상화와 활성화를 위해 운동부들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모여 만든 협의체다. 현재 주요 종목에 대한 리그 운영부터 비인기 종목에 대한 지원까지 여러 방면에서 폭넓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대학스포츠가 다시 살아나기 위한 첫걸음은 관심이다. 우리나라 대학스포츠가 중흥기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꾸준한 애정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장호성 단국대 총장은 강조한다.

-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를 소개해 달라.
“대학운동부를 운영하는 대학들의 협의체다. 대학스포츠 현안에 대한 자율적인 협의와 연구, 조정을 통해 대학스포츠의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고자 2010년 6월 창립총회를 거쳐 7월 설립됐다. 법적으로는 사단법인이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는 직접관장법인이다. 대학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학생선수관리 및 대학경기운영, 인프라 구축 및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대학스포츠가 한국 스포츠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에는 총 65개 대학의 151개 대학운동부에 약 32억 3000만원을 지원했다. 대학스포츠리그 운영과 함께 대학생 서포터즈들을 운영하면서 작년 대비 관중이 150%이상 증가하는 효과도 거뒀다. 인터넷방송은 연 40만 명이 시청하며 인터넷 블로그도 연 8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국가대표 대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수촌에 강의를 개설하고 국제교류를 위해 아시아대학스포츠연맹과 교류하며 아시아대학스포츠챔피언십에 선수단을 파견했다. 현재 84개 대학이 협의회 회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 대학스포츠가 위기다. 협의회에서는 이 현실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나.
“프로스포츠가 출범한 이후 대중의 관심이 프로로 넘어간 것이 사실이다. 대학도 등록금 인하, 정원 감축 등 구조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대학의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학들이 운동부 폐지나 축소를 고려하기 때문에 위기는 분명 위기다. 대학스포츠는 초·중·고 학원스포츠에서 프로 및 실업 스포츠로 이어지는 한국스포츠 피라미드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한다. 또한 한국 엘리트스포츠의 중추로 기여한 바가 크다. 대학스포츠가 무너지면 한국스포츠의 틀이 붕괴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스포츠는 한국스포츠에 있어 꼭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만큼 정상화와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10월을 기준으로 전국 134개 대학이 운동부를 육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4년제가 97개, 2·3년제가 37개 대학이다. 이 대학들을 대상으로 ‘대학스포츠 종합 운영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다.”

- 생존을 위한 복안은. 행정시스템과 맞물리는 구조적 문제들도 있지 않나.
“단기적으로는 대학 운동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회원대학을 확충하는 등 집행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중기적으로는 기관 자체를 개편할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학스포츠는 국내 경기 중 일부 종목을 담당하는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와 국제경기를 담당하는 대학스포츠연맹으로 이원화된 상태다. 통합이 된다면 좀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학의 운동부는 대부분 대학 내에서 별도의 조직으로 감독과 코치들에 의해 운영돼 왔다. 입시부정이나 금전 스카우트, 승부조작, 수업면제 등 구조적, 관례적 문제들이 존재했다. 대학스포츠에 대한 대학평가 지표 산정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마케팅 부분도 부족하다.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먼저 대학스포츠 운영 규정을 2015년 3월부터 전 회원대학의 전 종목에 걸쳐 적용할 계획이다.”

- 학습권 보장이 어렵고 낮은 취업률 등 학생들에 관한 문제도 있다.
“대학의 학생선수들이 모두 체육 관련학과를 졸업하고 취업도 체육 관련 단체나 프로팀 기업으로 한정돼 있으니 취업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 선수권익보호팀에서 조사한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프로와 실업 진출 비율이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농구는 39%, 야구는 17%에 그쳤다. 운동부의 평가가 경기실적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학업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몇 년간의 노력으로 많은 대학과 선수들이 수업권 보장에 힘을 쏟은 덕에 최근 학생들의 수업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다. 학사관리를 정상화하기 위해 협의회가 승인한 대회가 아닌 다른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유도도 할 계획이다. 일부 선수와 부모는 본인과 자녀가 올림픽 메달이나 국가대표 진입, 프로 진출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학업을 등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동안 홍보와 계도로 수업참여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학습권 보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착될 것으로 본다. 대학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2012년 스포츠취업백서를 발간하는 등 취업률 향상에도 노력하고 있다. 2015년부터는 체육계와 머리를 맞대고 대학생 선수 취업률 제고를 위한 중장기 비전을 강구할 예정이다.”

- 단국대 총장이기도 하다. 단국대 운동부는 상황이 어떤가.
“단국대는 운동부 소속의 선수가 가장 많은 대학 중 하나다. 대한체육회 27개 가맹 경기단체에 가장 많은 선수가 등록돼 있다. 이들 중 8개 종목 160여명의 선수가 중점 육성 종목으로 장학 혜택을 받고 있다. 더구나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를 맡고 있는 입장에서 소홀히 할 수 없다. 수업과 입시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대학에서도 경기 실적보다 학업과 취업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작년부터 체육특기자들로 구성된 국제스포츠학과를 신설했다. 정규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방학 중에도 영어와 교양 강좌를 개설해 학업을 보조한다. 또한 전국 대학 중 유일하게 8개 종목 감독과 코치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했다. 코칭스태프들의 고용불안감을 없애고 교육에 중점을 두고 지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오히려 수업과 훈련이 체계적으로 바뀐 감이 있다. 초기 어려움을 극복하고 학업에 적응해 평균 학점이 4.0을 넘는 학생들이 상당수다. 이번 전국체전에서 축구부가 우승하는 등 운동성적에 있어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 대학 동아리 등 아마추어스포츠 활성화 논의도 나오는데.
“유명 예술인들이 하는 공연이나 전시에서 관람객이 꽉 차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오히려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동아리가 공연이나 전시를 하면 많은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활성화가 된다. 마찬가지로 동아리 스포츠도 이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에 대학 농구동아리 리그대회를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다. 교내 리그 활성화와 전국 규모의 리그 형성을 통해 대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는 것이 목표다. 축구, 야구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대학생들의 친목 모도와 체력 증진뿐만 아니라 현재의 엘리트 스포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오리라 생각한다. 이는 대학스포츠만이 아닌 우리나라의 연령별 생활체육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는 활성화에 앞서 정상화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입시와 스카우트 부정, 폭력이나 승부조작 등의 문제가 완벽하게 해소돼야 한다. 부정부패에서 벗어나 모범적인 운영이 이뤄지면 대학스포츠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라 본다. 입시를 위해 협의회는 모든 대학의 특기자 전형을 망라한 입시백서를 출간했고 취업을 위해선 모든 체육 관련 단체에 대한 취업백서를 출간한 바 있다. 또한 많은 대학들이 정상화를 위해 결의를 다짐했고 그만큼 진척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상화를 위한 강력한 규제를 담은 운동부 운영지침도 제작 중에 있다. 엘리트 선수부터 동아리 선수까지 많은 대학생들이 스포츠에 참여하게 되면 대학스포츠는 활성화 여건을 갖추게 된다. 대중의 관심은 때에 따라 변한다. 대학스포츠도 준비를 갖춰놓고 기다리면 다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장호성 회장은…
경기고와 서강대를 졸업하고 미국 오리곤 주립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양대 교수를 거쳐 2000년 단국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2008년부터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2005년 동계유니버시아드 한국선수단장과 2011년 하계유니버시아드 한국선수단장을 역임했으며 2010년부터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부위원장, 2011년부터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 회장으로 대학스포츠 발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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