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정책 큰 틀은 유지될 듯

▲ 4일 황우여 부총리와의 간담회 이후 대학생 대표자들이 소견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이 경희대 총학생회장, 송준석 연세대 총학생회장, 박창근 한양대 부총학생회장.(사진=이재익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지난 4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과 대학생 대표들의 간담회는 대학구조개혁 정책을 둘러싼 양자간 입장차를 확연히 드러내는 자리였다.

대학생 대표들은 간담회 이후 브리핑을 통해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으로 교육수장과 학생들의 소통자리가 마련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했지만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과 대학구조개혁에 대해서는 서로 평행성을 달렸다.

간담회는 양쪽이 각각 정부의 대학 정책 취지를 설명하고 대학생들의 의견을 직접 전달할 수 있었던  첫 면대면 자리였다.

그러나 기존 산업수요 중심 정원조정 선도대학 즉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방식과 지표 등으로 인해 인문사회, 예체능, 사범계열이 고사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부총리와 대학생간 상당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총리는 구조개혁 정책을 학생들의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며 “학생들의 의견과 질의에 공감을 많이 표했고, 필요한 부분은 교육부에서 적극 수렴해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학생 대표들의 반응은 달랐다. 부총리의 대답이 대체로 소극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실제 대학본부 관계자들에게 (학사구조조정과 성적조정, 재수강) 문제점을 제기하면 ‘교육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 때문’이라는 책임회피성 발언이 많았는데, 오늘 간담회에서 부총리님의 답에는 ‘대학의 자율성 때문에 개별 사안에는 권한이 없다’는 식이었다”며 “대학본부와 정부가 서로 상대 탓을 하는 양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황석제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지역거점국립대의 설립취지 자체가 기초학문이나 사범계열 등 취업률에 취약한 학문을 육성하는 데 있고 그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국립대가 재정난으로 더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이를 막을 방도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부총리께서는 사실상 ‘없다’고 대답했다”며 당혹스러움을 표했다.

김소연 성균관대 문과대학 학생회장은 “인문학 계열이 취업에 취약하다는 현상만 보고 구조조정 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부터 찾아서 해당 계열 졸업자들이 취업에도 경쟁력을 갖추도록 학문 육성에 적극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황우여 부총리는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은 인문학이나 기초사업을 양적으로 축소하는 사업이 아니며, 현재 인력 수급의 미스매치가 상식수준을 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학생들과 미래세대에 피해과 고통이 넘어간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특정 계열 줄이기가 목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사회 수요에 맞게 학과를 재편하고, 인문사회 분야는 학문후속세대를 적극 지원하면서 해소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교육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밝힌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의 명칭은 바꿨지만 큰 틀에서는 유지하고 세부적인 정책에서는 대학가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 4일 황우여 부총리와의 간담회 이후 대학생 대표자들이 소견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진 동국대 사범대학 학생회장, 서희강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장, 이지원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황석제 부산대 총학생회장, 김한성 전남대 총학생회장.(사진=이재익 기자)

한편 이번 간담회를 통해 그동안 약화됐던 학생사회의 움직임이 다시 활성화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학생 대표들은 이번 간담회에서 제시한 의견이 실제 정책방향에 반영되는지 지켜보고, 대학간 학생사회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한성 전남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몇 년간 학생회가 개별적으로 움직였지만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대학들의 공감대에 따라 4월 초쯤 대학생 공동 행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희강 홍익대 미술대학 학생회장은 “예체능 대학들은 매년 구조조정 1순위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예술대학 학생회 네트워크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진 동국대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교원인력 수급 문제가 얽힌 만큼 사범대 학생회장들과의 간담회 자리를 요청했다. 황 부총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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