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U 총장 고문인 이누 아이프 강연…교육 개방·사회 공헌 등 대학 운영 방향 소개
“구성원들에게 '혁신'과 '변화' 강조하기보다 시도하는 구성원 적극 지원해 동기부여”

17년 전 총장으로 취임한 뒤 ASU를 세계적인 혁신 아이콘으로 이끈 마이클 크로 총장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누 아이프는 “ASU의 혁신 저변에는 전 구성원들의 마인트 세팅(mind-setting)이 기본적으로 이뤄졌던 게 주요했다"고 소개했다.
17년 전 총장으로 취임한 뒤 ASU를 세계적인 혁신 아이콘으로 이끈 마이클 크로 총장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누 아이프는 “ASU의 혁신 저변에는 전 구성원들의 마인트 세팅(mind-setting)이 기본적으로 이뤄졌던 게 주요했다"고 소개했다.

[미국 애리조나 =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17년 전 총장으로 취임한 뒤 ASU(미 애리조나주립대)를 세계적인 혁신 아이콘으로 이끈 마이클 크로 총장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누 아이프(Minu Ipe)는 “ASU의 혁신 저변에는 전 구성원들의 마인트 세팅(mind-setting)이 기본적으로 이뤄졌던 게 주효했다”면서 “ASU는 우리만의 ‘헌장’을 만들고 각 구성원들이 이를 기본으로 역할을 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29일(현지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열린 ‘2019 UCN 혁신대학 해외 벤치마킹 교육연수’에서 미누 아이프는 “혁신은 톱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로는 이뤄질 수 없다. ASU 혁신의 근본적 비결은 보텀업(bottom-up) 방식의 의사결정”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총장을 비롯해 보직교수, 교수, 직원, 학생까지 이어지는 모든 구성원들의 ‘마인드 세팅’이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 ”ASU 교육 내용, 대학 담장 넘어 전 세계에 확장하는 게 목표” = 이를 위해 ASU는 대학만의 ‘헌장’을 만들고 모든 구성원들이 이를 새기도록 유도하고 있다. 미누 아이프는 “헌장에는 ASU가 지향하는 ‘대학상’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누 아이프는 “첫 번째는 포용성으로 표현할 수 있다. 대부분 대학들이 입시를 통해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하고 골라낸다면, 우리는 전 세계 모든 이가 대학교육을 접할 수 있도록 교육콘텐츠를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ASU의 교육혁신은 대학의 담장을 허문 데서 시작된 셈이다.

ASU에는 1886년 개교 이래 백인,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자란 학령세대 학생들이 대부분 입학해 왔다. 17년 전부터 혁신을 추진하면서 가장 큰 변화가 바로 이 부분이다. 미누 아이프는 “ASU 교육과정을 접할 수 있는 학생층을 직장인과 경제적 극빈층 학생들까지 넓혔다”면서 “MOOC를 통해 온라인 수업을 개방하고 이를 이수한 학생이 ASU에 입학할 경우 학점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대학의 연구가 대학을 넘어 지역사회, 넓게는 세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인 해결책이 되도록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미누 아이프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내놓은 다양한 아이디어가 실질적으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연결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ASU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개발한 황달 치료기구인 ‘SeoLight’는 실제 의료기구로 상용화됐다. 이는 인도의 열악한 의료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됐다”고 소개했다.

ASU가 이룬 혁신은 모든 대학 사회에 개방하겠다고 미누 아이프는 말했다. 미누 아이프는 “궁극적으로는 우리 대학 성공 사례를 전 세계 모든 대학들에게 공유하고 고등교육 시스템 변화를 이끄는 것 또한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혁신과정은 대학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분기별로 120여 명의 보직교수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교무위원회를 개최하고 일 년에 두 번은 참여자 범위를 넓혀 500여 명의 리더가 참석한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나눈다.

각 구성원들의 활동 상황은 자체 신문을 통해 공유한다. 미누 아이프는 “대학 본부가 ‘ASU NOW’라는 이름으로 발간하고 있는 신문에는 각 교수들의 주요 연구 내용은 물론이고 교육법, 학생상담 기술 등을 담는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는 학생들이 이룬 ‘혁신’ 사례를 위주로 팟캐스트 ‘Innovation Happens @ASU(이노베이션 해픈스)’도 운영한다. 대학 내부의 이야기를 ‘바깥’으로 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마인드 세팅’ ‘혁신 위한 구성원 설득법’ 등 질문 쏟아져 = 미누 아이프의 강연에 연수자들은 질문을 쏟아 냈다.

한금윤 삼육대 교수는 “대학을 넘어 세계를 더 좋은 환경으로 만들겠다는 ASU의 교육목표가 인상적이다. ASU는 학생들에게 단순히 대학 졸업장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영감을 주고 있다. ASU가 혁신에 있어서 인정받고 있는 이유인 것 같다. 그렇다면 ASU가 혁신을 이루기 이전에는 어떤 모습이었나. 이전의 ASU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었고 그것을 어떻게 환류해서 지금까지 왔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미누 아이프는 “19세기(1886년) 개교된 ASU는 과거 보통의 대학교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교수자가 강의실에서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다”고 말을 했다.

지금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교육대상의 ‘확대’를 꼽았다. 미누 아이프는 “과거에는 선발된 입학생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특히 백인, 그중에서도 중산층 학생들이 주로 입학했다”면서 17년 전 마이클 크로 총장이 취임하면서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미누 아이프는 “총장이 온 뒤 모든 구성원들은 새로운 ‘마인드 세팅’을 시작했다. 수요자(학생)의 폭을 넓히자는 결론이 나왔다. 한정된 학생들에게 이뤄졌던 교육을 다른 계층까지 넓히고 그들이 세계 속에서 세계를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는 근복적 목표를 세웠다”면서 “학제 간 융합도 시도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의식구조가 필요했다. 이후 17년에 걸쳐서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시도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특히 조금전 설명했던 우리 대학만의 헌장은 대학이 추진하는 모든 일의 기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민현 인제대 총장도 ‘마인드 세팅’에 대한 질문을 이어 갔다. 전 총장은 “‘마인드 세팅’ 과정에서도 리더십이 중요하다. 학과장을 비롯해 리더를 키워 내는 여러 가지 교육이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실무를 맡고 있는 직원을 위한 교육센터나 프로그램도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미누 아이프는 “직원 교육은 인사과(HR, human resources)에서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교수와 직원 교육이 두 개의 트랙으로 나뉘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이어 “‘마인드 세팅’과 관련해서는 사고방식이 전적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대부분 사고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꾸는 방법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에 이뤄 왔던 관성적인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을 시도하면서 새로운 ‘마인드’를 장착해나간다는 설명이다. 특히 언급했던 대학의 ‘헌장’과 일맥이라는 게 미누 아이프의 설명이다.

200명 혹은 500명 등 많은 교수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데 대한 본부 측의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김성제 한양사이버대 부총장과 서응교 단국대 빅데이터정보원장은 “많은 교수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 이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은 무엇이냐, 또한 혁신과 관련해서도 구성원들 간의 ‘설득’이 필요한 경우가 많을 것이다. 어떻게 풀어가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미누 아이프는 “저항이 많다. 여러 가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싶어 하는 구성원이 있는 반면 변화를 원치 않는 구성원도 많다. ASU는 변화와 시도를 원하는 구성원에게 기회를 주고 행·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바로 동기부여 과정이다. 새롭게 시도한 것들에서 긍정적 결과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다른 구성원들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변화를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원하는 사람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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