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그물망처럼 사학 통제 법률안 제정…망신 주기”
“국공립대도 마찬가지…사학만 겨눠 부정적 인식 키워”
“비용·행정업무·재정지원 압박…사학 손발 묶는 것”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정부의 사학혁신 추진방안에 따라 오는 8월부터 사립대 총장뿐만 아니라 이사장, 상임이사의 업무추진비가 대학알리미에 공시된다. 교육부는 앞으로 감사뿐 아니라 법 개정 등을 통해 사학혁신 정책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입장이다. 사립대들은 “비리사학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행·재정적 업무 부담 증가와 재정지원사업과의 연계로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사학의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급변하는 사회에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교육부는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를 열고 9개 사립대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내년부터는 매년 19개 사립대에 대한 종합감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법률 개정을 통해 사립대 외부 회계감사를 강화하고 전체 340개 사립대를 대상으로 회계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2019년 사학혁신 차원에서 20건의 법 개정 사안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행정입법 11건, 법률개정 4건 등 총 15건의 법 개정을 마쳤다. △1000만원 횡령‧배임한 임원 취임승인 취소 △교비회계 세입대상 기부금 확대 △적립금 운용계획서 공개 △임원 간 친족관계 여부를 공시 △개방이사 자격요건 강화 등이다. 올해부터 업무추진비 공개대상이 총장에서 이사장 및 상임이사로 확대된 것도 법령 개정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는 사학혁신과 관련한 법률 개정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며 “사립대 외부 회계감사 강화, 비리임원 복귀 제한, 교직원 감독권 강화 등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법률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학 측은 ‘사학비리 혁신’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학을 비리집단으로 보는 시각에 불편함을 토로했다. 유재원 한국사학법인연합회 회장(한국영상대 총장)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총장의 업무추진비를 공개하고 있다. 여기에 이사장과 상임이사까지 공시하라는 건데 크게 문제 될 건 없다”면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쓰거나 방만하게 운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립대를 보는 시각에 기분이 언짢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개방이사 제한, 친족이사 금지, 처벌조항 등 촘촘한 그물망처럼 법률안이 제정돼 있다. 그러나 법률만 제정하는 것이 능사인가”라며 “사학의 자율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돈벌이가 목적인 영리재단도 아닌데 인재를 투자·배출하는 사학을 옥죄려고 한다. 사학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 

한국대학법인협의회 관계자는 “사립대 창피주기다. 왜냐하면 들여다볼 수 있는 법이 있다. 결산자료를 한국사학진흥재단에 제출해서 파악할 수 있다”며 “법인 규모에 따라 쓰는 업무추진비 규모가 다른데 이를 공시하면 국민은 단순히 비용만 볼 것이다. ‘저 대학 이사장은 돈을 저렇게 많이 쓰냐’는 여론을 유도하는 것이다. 옳은 방법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황인성 사립대총장협의회 사무처장은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지자체의 장 등 필요한 경비를 쓰기 위해 업무추진비를 배정하고 있다”면서 “오래전부터 지적된 국회의원들은 쏙 빼고 사립대만 공개하는 것이 맞는가. 공개할 거면 다 같이 공개해야 형평에 맞다. 사립대를 범죄집단으로 보는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일부 사학의 문제로 전체가 도매금으로 개혁 대상에 오른 데 대한 불만도 나왔다. 특히 장관의 관리·감독을 받는 국공립대를 제외하고 사립대만을 겨누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는 것이다. 장제국 사총협 회장(동서대 총장)은 “처벌 중심으로 가고 처분이 공평하지 않은 부분이 문제”라며 “대학 망신 주기 식의 발표도 있었다. 이 때문에 감사를 받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학이 많다”고 전했다. 

황인성 사무처장은 “감사대학의 비리와 비위행위를 예방하거나 행정운영체제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언론에 공포해 사학의 부도덕성을 부각시켜 사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문제다”고 꼬집었다. 이어 “최근 9개 대학의 종합감사 결과가 발표됐는데 국공립대도 별 차이 없다. 지난번 서울과기대 교수의 자녀 논문 문제가 불거져 국공립대가 특별감사를 받지 않았나. 대학 전체의 문제를 보고 해결해야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대학법인협의회 관계자는 “국공립대를 감사하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는다. 사립대도 감사결과 비리가 발견된다면 핀셋으로 뽑아서 처분하면 된다. 그런데 전체 대학을 매도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사학 자체적인 자정노력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한국대학법인협의회는 최근 윤리위원회를 발족했다. 관계자는 “교육부 산하 중앙교육연수원에 교육과정을 개설해서 총장, 법인 임직원의 도덕성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학들은 교육부의 각종 규제법률과 감사로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사학 경쟁력 확보는 힘들다고 호소했다.  

유재원 회장은 “회계감사에 1000만 원에서 수천만 원씩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법인은 법인대로 수수료가 따로 나간다. 대부분의 처분이 규정 미숙지, 주의 소홀이나 실수로 나온 경미한 사안이 많다”며 “수시감사, 종합감사 등 대학이 감사 준비에 행정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헌법에 명시한 것처럼 공공성과 자율성 중 자율성도 인정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감사에 따른 처분결과가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돼 있어 사학들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부정비리 정도에 따라 4단계로 나눠 신규 선정평가에서 부정비리 대학은 감점조치하고 계속지원에서 사업비가 감액된다. 추후에 무혐의 처분이 나와도 고발한 사실만으로 감점당할 수 있다. 올해 대학기본역량진단이 예정돼 있어 사립대는 평가를 앞두고 교육부 앞에서 몸을 사릴 수 밖에 없다. 

황인성 사무총장은 “철학이 부재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데 여전히 과거의 지표를 갖고 학교를 평가하고 규제하고 있다”면서 “미국 MIT는 1조 원을 투자해 AI단과대학을 만드는 등 미국이나 중국의 대학들은 미래시대를 선도하기 위해 혁신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대학들은 교육부의 통제로 이러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사립대들은 “당장 ‘사느냐 죽느냐’ 생존의 갈림길에 선 상황인데도 교육부는 옥죄려고만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진정한 사학혁신은 미래사회 인력공급을 위해 대학이 어떠한 인재를 양성해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것”이라며 “디지털시대, 4차산업혁명 시대 등 변화하는 산업구조에 공급할 인력 수급계획을 범부처 차원에서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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