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4일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9개大 종합감사 발표
같은 날 부산대 입학비리 의혹에 대해선 “학교가 할 일” 선 긋기
교육부가 외친 ‘사학 공정성·투명성’…국민적 신뢰·정당성 잃어
강원대·성균관대·이화여대는 입학취소 했으면서…이중잣대 비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제18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부산대에 대한 교육부 입장을 밝혔다. (사진= 교육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4일 제18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부산대에 대한 교육부 입장을 밝혔다. (사진= 교육부)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교육부의 종합감사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교육부가 스스로 사학비리 척결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조민 씨의 부산대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교육부가 부산대에 책임을 떠넘겼기 때문이다. 초기 교육부가 사학혁신 방안을 발표했을 때 일각에서 ‘사학 옥죄기’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사학 투명성·공정성 강화’라는 대의에 지지여론이 우세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에 ‘결국 정치적 수단에 불과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교육부, 9개 대학 감사결과 발표 “엄중 처벌할 것” = 교육부는 24일 제18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 △연세대 △홍익대 △고려대 △동서대 △경희대 △건양대 △서강대 △경동대 △부산외대 등 9개 대학에 대한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 결과 회계 분야에서 부당하게 집행하거나 입시‧학사분야에서 공정성을 훼손한 사례 등 모두 448건의 위법 사례가 확인됐다.

교육부는 감사 후 37건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했다. 중징계 67명, 경징계 202명 등 총 1759명을 징계처분했다. 체육교육과 특기자전형에서 합격자를 내정하고 선발한 혐의로 관계자 전원이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고 부총장 딸을 대학원에 입학시키기 위해 점수를 조작한 건도 적발돼 법정까지 갔다. 

교육부는 “방만한 회계 운영이나 관련 법령 및 규정에 맞지 않는 등 회계 투명성을 해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그 책임의 경중에 따라 관련자 109명에 대해 징계 처분했다”고 말했다. 또  “입시‧학사 분야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염려가 크다는 점에서 입학전형 및 성적과 관련한 문서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 공정성이 훼손된 것으로 판단하고 종합감사에서 적발된 사안에 대해 엄정히 조치했다”고 강조했다. 

■ 감사 강화한다면서 부산대는 손놔…정당성 훼손” = 대형대학에 대한 감사를 강화하겠다고 발표를 한 날 그 자리에서 교육부는 부산대의 입시의혹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시 비리 의혹에 대해 “부산대는 행정절차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사실관계 조사, 청문 등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부산대에서도 사안의 엄중성을 잘 알고 있기에 공정하고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교육부는 부산대에서 보고한 조치계획이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감독할 것이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종합감사를 통해 사학의 투명성과 입시공정성을 강조했음에도 대표적인 입시비리 의혹을 받는 부산대 사례에는 선을 그으면서 종합감사에 대한 정당성까지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종배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대표는 “교육부가 발표한 입장은 하나마나한 원론적 얘기다”면서 “교육부가 나서서 조 씨의 입학비리를 조사하고 비위가 발견되면 입학취소 요구를 대학에 요구했어야 한다.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것은 직무유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학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종합감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국민의 관심사가 큰 조 씨의 입시의혹에는 책임지지 않겠다고 한다. 사학비리 척결을 외치는 교육부에 국민은 진정성과 신뢰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고 비판했다. 

종합감사가 정치적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호선 국민대 교수(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공동대표)는 “교육부가 면피성 지시를 한 것이다. ‘조사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부산대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직무유기다”면서 “이런 식으로 입시 부정을 대학의 재량에 맡긴다면 교육부의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지난 19일 고려대에서 열린 조국 사퇴 촛불집회.  한명섭 기자
고려대에서 열린 조국 사퇴 촛불집회. (사진 = 한국대학신문DB)

■ 비슷한 사건에 다른 태도“이중잣대” 비판 = 교육부가 입학 취소는 학교장의 권한이라며 감사에 나서지 않으면서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교육부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선실세인 최서원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시비리 의혹에 대해선 즉시 감사에 나서 입학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그 결과 정 씨는 1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입학취소를 당한 바 있다. 감사에서 입학취소까지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교육부가 감사에 착수하고 입학 취소한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교육부는 2019년 미성년자 공저자 논문 실태 조사를 위한 특별감사에서 강원대 교수의 자녀가 부정논문으로 강원대 수의학과 편입학에 활용한 것을 확인하고 편입학 취소를 통보했다. 

같은 해 성균관대 약대 교수가 자녀를 위해 허위경력을 만들어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가 기소되자 입학을 즉각 취소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김포대, 단국대, 수원대와 관련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바로 종합감사에 돌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씨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감사할 수 없다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었다. 조 씨의 입시비리와 관련해 법원은 지난해 1심 재판에서 조 씨가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한 ‘7대 스펙’은 모두 허위라고 결론 내렸다. 1심 재판이 나오고도 석 달이 지나서야 교육부는 부산대가 조사할 일이라고 떠넘겼다. 

교육부가 비슷한 사건에서 다른 태도를 취하자 대학가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호선 교수는 “제대로 처리하려면 교육부가 감사에 착수해야 했다”며 “교육부가 공정과 신뢰를 담보하는 기관이 돼야 하는데 부산대를 방치면서도 사학의 자율성은 권력으로 규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오히려 대학이 정권의 눈치를 볼 때 교육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이중잣대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사학비리 혁신은 구호일 뿐이다. 비리대학이라는 프레임으로 종합감사와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사학 길들이기 한 것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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