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병욱 의원 등 11명 ‘직업교육법’ 발의…법안 내용 짚어보니
표기·의미 제각각으로 사용되던 직업교육 의미 정립, 관련 법안 구체화
‘직업교육 기본계획’ 수립 가능…장기 직업교육정책·재정지원 근거 확보
전문대, 지역 평생교육 역할에 날개 달까…‘생애주기 맞춤 직업교육’ 제공

직업교육계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온 ‘직업교육법’이 발의됐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직업교육계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온 ‘직업교육법’이 발의됐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이제 전문대가 고등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기관으로 정체성을 명확히 갖고 더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직업교육계에서 오랜 기간 추진해 온 법안인 ‘직업교육법’이 그 윤곽을 드러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6일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을 필두로 총 11명의 의원이 발의한 ‘직업교육법’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직업교육법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지난 2017년부터 ‘고등직업교육법(가칭)’으로 정부에 요구해 온 법안이다. 직업교육계는 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직업교육의 법적 근거나 목적, 내용, 재정 등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발의를 주도한 김병욱 의원은 “직업교육법은 통합되지 않고 여기저기서 이뤄지는 국내 직업교육의 부족한 측면을 보완하기 위한 법”이라며 “산업계의 수요와 학습자 개개인의 특성을 반영하고 평생에 걸쳐 직업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기 위해 발의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전문대의 평생직업교육 기능 강화로 지역 밀착형 평생·직업교육 체제가 발표되면서 직업교육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직업교육의 해묵은 과제들을 이번 법안으로 단번에 해소할 수 있을지 교육계의 이목이 쏠린다.

■ 직업교육법 관련 개념과 용어 정의 등 6년 노력 결실 이룰까 = 직업교육법에서는 직업교육의 정의에 대해 먼저 짚는다. 여러 기관·법에 혼재돼 갈피를 잡기 어려웠던 직업교육의 이정표를 먼저 세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 직업교육 관련법에는 직업교육의 개념이나 목적, 내용 등 구체적인 근거 규정이 없다. 직업교육에 대한 언급은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평생교육법’,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고용정책 기본법’,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 등 법에 산재돼 있다. 직업교육을 다루는 용어도 ‘직업교육훈련’, ‘산업교육’, ‘직업능력개발훈련’ 등으로 법안마다 다르게 사용한다.

직업교육법은 혼란스러운 용어부터 정리한다. 직업교육이란 ‘학교 혹은 평생교육기관에서 직업에 대한 소양, 직업에 필요한 지식·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이라고 정의한다. 직업교육은 다시 기초직업교육과 전문직업교육으로 나뉘고 이 중 전문직업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을 ‘직업교육기관’으로 정한다. 전문직업교육은 기초직업교육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파악한 학생이 취업, 직무 수행을 잘 할 수 있도록 전문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을 뜻한다.

직업교육의 정의와 속성이 문서화된다면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을 명확하게 분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와 직업훈련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의 역할을 나누고 상생할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최종오 대경대 교수는 “전문대와 폴리텍대학 간 교육기능이 중복돼 비효율성이 심각하다“며 “폴리텍의 학위 과정은 전문대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에 국한해 중복성을 최소화하고 직업교육에 특화한 전문대 강점과 직업훈련에 특화한 폴리텍의 강점을 공유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직업교육 기본계획’으로 중장기 교육계획 수립…전문대 재정지원 근거 마련 = 직업교육법이 시행된다면 직업교육의 장기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발의된 법안은 ‘직업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직업교육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요구돼왔던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직업교육 기본계획의 필요성이었다. 현행 교육기본법에서는 고등교육·유아교육·평생교육법마다 앞으로 5년 동안 각 교육의 정책목표 등 세세한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법에서는 대학의 재정을 지원받기 위한 근거를 △재정지원의 목표와 방향 △대학의 재정 여건 전망 △사업의 성과관리 계획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재정 배분 등 구체적이고 자세한 계획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필요한 만큼의 재정을 지원받고 대학 운영의 안정성도 챙기게 되는 것이다.

이제 직업교육에서도 단기 교육계획이 아닌 앞으로의 교육정책 목표와 재정지원의 근거를 수립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직업교육을 어떻게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교육부장관의 조사·분석도 진행하도록 해 정책의 유지·보수도 체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보형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직업교육법은 예측 가능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업교육계에 의미가 크다”며 “기관 간 직업교육 기능 중복 문제(전문대, 폴리텍, 일반대의 직업교육 전공 등)이 해소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중복 문제가 해결된다면 전문대와 폴리텍이 직업교육·훈련에서 연계 협업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직업교육법’ 통해 직업교육과 평생교육 관계 더 끈끈해질 것” = 직업교육법은 ‘학교 혹은 평생교육기관에서’ 직업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을 직업교육으로 정의한다. 오랜 기간 함께 논의된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의 애매한 관계가 정립된 것. 이는 전문직업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 지역 평생교육을 도맡아야 한다는 정부의 교육 방향성에 부응하는 내용으로 분석된다.

기술혁신과 산업·직업구조의 변화, 평생직업교육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대가 평생직업교육 활성화를 주도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전문대는 평생교육을 오랫동안 담당해온 기관 중 하나다. 학령인구가 줄어 지방 전문대에 학생 유치가 힘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눈을 돌린 곳이 성인학습자 교육이었다. 평생교육과 직업교육이 같은 선상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전부터 실제로 행하고 있었다.

산학연 협력을 설명하는 제13조를 살펴보면 직업교육기관이 국가, 산업체와 함께 재직자의 평생직업교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또 일과 학습, 삶이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생애주기별 단계를 고려해 체계적인 직업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도 법률로 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교육을 계획할 때 생애주기별 단계를 고려해야만 한다면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이 다르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말한다. 또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의 관계를 법으로 정하고 직업교육정책을 계획할 때 평생교육을 함께 고려하고 관련 재정지원을 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도 분석한다.

오병진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이제 교육은 평생교육이라는 큰 틀 아래서 구성될 것이다. 직업교육 역시 평생교육의 한 측면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이번 직업교육법에서는 특히 직업교육과 평생교육의 관계를 더 끈끈하게 정의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지방대학 운영계획과 맞물려서 전문대의 사회적 역할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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