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출신 관례 깨고 중등교사 출신 첫 임명된 오승걸 원장 ‘파격 인사’
‘중등교사 출신’ 이력으로 교육 현장 기대감 높아…“넘어야 할 산 많다” 우려도
“불안한 수험생·학부모부터 안심시켜야”, “‘킬러 문항’에 대한 정의부터”

지난 7일 제13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취임한 오승걸 전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이 취임사를 읽고 있다.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지난 7일 제13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취임한 오승걸 전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이 취임사를 읽고 있다. (사진=한국교육과정평가원)

[한국대학신문 김한울 기자] 킬러문항 출제를 이유로 교육부 대입 담당 국장이 경질되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퇴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장의 공백이 일단락됐다. 오승걸 전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이 제13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으로 지난 7일 취임한 것. 이규민 전 평가원장이 지난 6월 모의평가 난이도 조절 실패를 이유로 물러난 지 7주 만이다.

오 신임 원장은 최근까지 학교폭력 근절대책,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 등을 추진하며 윤석열 정부의 교육 정책을 이끌었던 만큼 기대가 적지 않다. 교육계 역시 이번 선임에 대해 수능이 100일도 안 남은 시점에서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인사가 선임됐다는 반응이다. 평가원 주관으로 열리는 마지막 모의평가가 오는 9월에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해 그 이전에 원장 선임을 마무리하려는 교육 당국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견도 있다.

■ 최초의 중등교사·교육부 실무자 출신 평가원장…교육 현장 반응 대체로 ‘긍정적’ = 오 신임 원장은 공주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난우중, 자양고, 창덕여고 교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그동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원장은 제7대 성태제 원장 이후 대학교수 출신이 맡아 왔지만 중등교사 출신은 오 원장이 처음이다.

더불어 선임 직전까지 교육부에서 재직했던 첫 내부 출신 원장이기도 하다. 오 원장은 2009년부터 교육부에서 학교정책관과 학생복지정책관을 역임했고 지난해 8월에는 책임교육정책실장(전 학교혁신지원실장) 자리에 올라 업무를 맡은 바 있다. 이후 오 원장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함께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하고 늘봄학교, 학교폭력, 공교육 경쟁력 강화 등 교육계 굵직한 사안을 처리해왔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육 실무자 경험이 풍부한 오 원장이 업무를 잘 수행해낼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2015년부터 2017년 동안 제9대 평가원장으로 재직했던 김영수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승걸 신임 원장은 교사뿐만 아니라 교육 정책을 담당한 책임자를 맡았을 정도로 교육적 경험이 풍부한 인물”이라며 “원장 업무를 잘 수행해낼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근무하는 고교 교사도 이번 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민 포항영일고 부장교사도 “교수 출신에서 첫 교사 출신 평가원장이라고 하니 고무적이다. 이전 평가원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4학년도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사진=교육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4학년도 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사진=교육부)

■ 오승걸 신임 평가원장, “수능에서 ‘킬러 문항’ 없을 것” = 이런 기대감 속에 지난 7일 취임식을 가진 오승걸 원장은 취임사에서 2024학년도 수능에서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이른바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의 ‘공정 수능’ 발언과 이주호 부총리가 직접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의 연장선이다.

2024학년도 수능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출제 및 시행 관리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오 원장은 “어느 때보다 국민들이 수능에 대해 우려와 걱정이 큰 시기에 원장을 맡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번 수능에서 ‘킬러 문항’은 배제하고 공교육 내 출제 원칙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수험생과 학부모가 느끼고 있는 불안감을 의식하듯 “학생·학부모·교사 등 교육 주체들은 그동안 충실히 공부하고 지도해 온대로 수능 준비에 집중해 주길 바란다”며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 입시 전문가들 “수능 불안감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워” = 하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오 원장의 발언으로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해소하기엔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킬러 문항’으로 촉발된 변별력 우려와 수험생 불안 해소 등 오승걸 원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고 평가했다.

윤상형 영동고 진학부장은 오승걸 원장이 학교 현장의 혼란스러운 점을 고려해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을 잠재워야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윤 부장은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는다면 시험의 적절한 난이도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평가원장이 나서서 수험생들의 불안부터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제10대 평가원장을 지냈던 성기선 가톨릭대 교직과 교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성 교수는 “현재 수능을 두고 벌어지는 수험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부터 안심시켜야 한다”며 “평가원장은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약속했던 정책 내용을 지키는 자리다. 안정적인 기조를 꾸준히 유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사진=아이클릭아트)

■ 변별력 확보 기준 세우려면 “평가원이 직접 ‘킬러 문항’ 정의 내려야”, “‘준킬러 문항’ 다수 출제가 해법 될 수도” = EBS 대표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제원 숭의여고 교사는 오 원장의 취임식 발언으로 수험생들의 수능 변별력 우려를 지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교사는 “현재의 교육방식으로는 국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에서 문제를 낼 때 교과서 밖의 지문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며 “과연 교과서 내에서만 시험 문제를 출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 교사는 “‘킬러 문항’ 여부의 판단 기준은 평가원이 아닌 학생들에게 있다”며 “출제의 관점에서 킬러 문항을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새로운 변별력 기준을 어떻게 세울 지가 곧 있을 수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BS 진학전문위원인 최철규 대전동방고 영어 교사는 오승걸 원장이 직접 ‘킬러 문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고 정의를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킬러 문항은 애초에 교사들도 풀기 어려운 문제다. 다만 과목에 따라 이 문항이 왜 킬러 문항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며 “평가원장이 나서 킬러 문항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 이를 수능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에게 확실하게 주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입시 관계자는 ‘준킬러 문항’의 다수 출제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킬러문항 배제도 좋지만 이로 인한 표준점수의 하락과 만점 속출은 막아야 한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 수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며 “적절한 난이도를 확보해 모든 학생이 자신의 능력만큼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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