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학 총장단 15일, 16일 이틀간 가나자와 공업대학 방문
‘日 라이즈’ COC, COC+ 사업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로 꼽혀
지방창생연구소, 하쿠산딸기농장 등 지·산·학 협력 현장 탐방
대학에서 34개 연구소 운영, 30년 걸쳐 구축한 프로젝트 수업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에서 총장 간담회가 진행됐다. 국내 전문대학 22개교 총장단과 가나자와공대 총장, 이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에서 총장 간담회가 진행됐다. 국내 전문대학 22개교 총장단과 가나자와공대 총장, 이사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우리 기업 직원들의 90%는 지역 대학 졸업생들이다. 청년들의 지역 정주를 이끌기 위해서는 대학 교육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일을 직접 배우는 것도 필요하다. 대학 밖 교육인 셈이다.”

사케모토 카즈유키 호쿠료전기 기획부 본부장은 지난 15일 ‘하쿠산 딸기농장’에 방문한 국내 전문대학 총장단에게 이같이 설명했다. ‘일본 라이즈 사업 우수사례 벤치마킹 총장 연수’에 참여한 22개교 전문대학 총장단은 이날 가나자와 하쿠산 지역에 있는 ‘하쿠산 딸기농장’에 방문했다. 이곳은 가나자와공업대학(金沢工業大学, 이하 가나자와공대)의 ‘지방창생연구소(地方創生研究所, 이하 연구소)’와 지역산업체인 ‘호쿠료전기’가 협력해 만든 스마트팜이다.

이 농장은 대학 연구소와 지역 전기회사가 협력해 운영하는 곳이다. 연구소의 실험·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호쿠료전기가 자체 생산한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이용해 운영하고 있다. 가나자와공대 이외에도 이시카와현립대학과 딸기 품종 개발도 진행 중이다.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와 지역 기업인 호쿠료전기에서 운영하는 하쿠산 딸기농장에 방문했다. 총장단이 딸기농장 운영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총장단이 방문한 농장은 홍보관으로 뒷편에 스마트팜 시설이 있다.(사진=주지영 기자)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와 지역 기업인 호쿠료전기에서 운영하는 하쿠산 딸기농장에 방문했다. 총장단이 딸기농장 운영 방식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날 총장단이 방문한 농장은 홍보관으로 뒷편에 스마트팜 시설이 있다.(사진=주지영 기자)

딸기농장이 세워지면서 인구소멸지역이었던 하쿠산 지역의 경제도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연간 5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딸기 품종 개발, 체험 농장 운영 등으로 지역 일자리도 창출하고 있다. 이 딸기농장은 이시카와현에 총 3개가 운영되고 있다.

이날 사케모토 카즈유키 본부장은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 지역 정주율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케모토 본부장은 “5년 전 통계에 따르면 청년들이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뒤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로 ‘지역에 매력적인 기업이 없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가장 많이 골랐다”며 “가나자와공대는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들이 원하는 기업을 증가시키기 위한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의 공유공간에서 재학생들이 건축 조형물을 만들고 있다. 건물 1층에 마련된 공유공간에서는 조별과제, 개별과제 중인 학생들이 있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의 공유공간에서 재학생들이 건축 조형물을 만들고 있다. 건물 1층에 마련된 공유공간에서는 조별과제, 개별과제 중인 학생들이 있었다. (사진=주지영 기자)

■ 산학협동으로 실현하는 ‘지방 창생’ = 가나자와공대는 ‘지역 거점 정비 사업(COC)’ ‘지역 거점대학에 의한 지방 창생 추진사업(COC+)’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이시카와현 지역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학은 이시카와현 노노이치시에 있는 사립대학이다.

가나자와공대는 스마트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주제로 지역산업체와 연계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가나자와공대 COC 사업 핵심은 학생 성장을 바탕으로 한 ‘지방 창생’이다. 오사와 사토시 가나자와공대 총장은 지난 15일 오우기카오카 캠퍼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우리 대학 건학이념은 ‘인간형성’ ‘기술혁신’ ‘산학협동’ 세 가지”라며 “산학협동이 지방 창생과 연결되는 이념이다. 우리 대학은 학생과 사회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학 부속연구소는 대학-지역산업체-지역자치단체의 연계로 ‘지역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연구소는 가나자와공대 하쿠산캠퍼스에 있다. 하쿠산 지역에 연구소를 설립한 이유는 저출생, 고령화로 지역 산업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구소를 중심으로 대학, 지역기업과 지역민이 지역 재생을 목표로 협업한다. 하쿠산 딸기농장이 바로 이 연구소의 대표 성과 중 하나다. 가나자와공대에서 운영하는 연구소는 총 34개다.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에서 진행된 총장 간담회에서 총장단이 가나자와공대의 COC 사업 성과를 듣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에서 진행된 총장 간담회에서 총장단이 가나자와공대의 COC 사업 성과를 듣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이날 간담회에서는 총장단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다. 전지용 경복대 총장은 학생 성장률을 측정이 어렵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학 자체 지표는 없는지 질문했다. 이와 관련해 오사와 사토시 총장은 “학생들이 정확하게 어떤 지점에서 성장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대학에서 4년 동안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해 성장하는 건 확실하다”며 “분야별로 학생들의 성장 여부를 파악하는 정도”라고 답했다.

지역산업체와 관련된 질문도 이어졌다. 국내 전문대학에서도 이미 지역 기업들과 연계한 인턴십, 공동 기술 개발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영식 한림성심대 총장은 “다른 지역 출신의 입학생이 75%라고 했다. 이 지역 출신 학생들은 25%라는 것인데, 지역 출신 학생들이 졸업 후 지역 정주 비율과 코업 회사 중 지역산업체 비율도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가나자와공대에 따르면 졸업생 가운데 약 30%가 지역기업에 취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6일 가나자와공대 하쿠산캠퍼스에 있는 지방창생연구소에서 마츠이 야스히로 산학연계추진과장이 가나자와공대 지역 협력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난 16일 가나자와공대 하쿠산캠퍼스에 있는 지방창생연구소에서 마츠이 야스히로 산학연계추진과장이 가나자와공대 지역 협력 목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 ‘지방 활성화 거점’ 지방창생연구소 방문 = 가나자와공대 지방창생연구소 협력 기업인 세이코 전기에도 가나자와공대 졸업생들이 근무 중이다. 세이코 전기에는 2025년 1월 기준 5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 가운데 11명이 가나자와공대 졸업생이며 사장인 나츠우메 다이스케씨도 가나자와공대 졸업생이다. 가나자와공대 학생들이 대학과 협업하는 연구에 참여면서 기업과 직무에 흥미를 느껴 입사까지 결심하는 것이다.

지난 16일 방문한 연구소에는 재생에너지 생산 설비 기계가 총장단의 시선을 끌었다. 세이코 전기회사의 미래 에너지 모델은 ‘지역에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자체 생산·소비하는 것’이다. 일본은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지역에서 에너지,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날 나츠우메 다이스케 세이코 전기 사장은 “이시카와현에 지진이 일어났을 때 도쿄전력에서 전기를 공급받을 수 없었다. 자연재해가 잦은 만큼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직접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이코 전기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자동차 발전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이러한 에너지를 가나자와공대와 개발하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매스 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주목할 만하다. 이 시스템은 가나자와공대와 세이코전기, 바이오매스 보일러 생산 기업이 협력하는 형태다. 대학이 산학협력 플랫폼 중심에 있다. 세이코 전기는 바이오매스 생산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연구소를 통해 바이오매스 보일러 생산 기업과 연계해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나츠우메 다이스케 세이코전기 사장이 산학협력 목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나츠우메 다이스케 세이코전기 사장이 산학협력 목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역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연구소를 중심으로 타기업 간의 교류·협력 관계도 구축할 수 있다. 연구소가 이시카와현의 지방 활성화 거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세이코 전기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연구소와 협력을 시작했다. 나츠우메 사장은 “바이오매스 생산이 가능했던 건 여러 회사와 연결됐기 때문이다. 가나자와공대가 지역기업 간의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학과의 협업으로 대기업에 버금가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 지역 중소기업은 대학 연계로 기업 브랜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가나자와공대 산학연계 핵심은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기술을 지역사회에서 사용하는 데 있다. 마츠이 야스히로 산학연계추진과장은 이날 연구소 간담회에서 “대학 연구만으로 개발한 기술을 지역에서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역기업과 연구하고 상품을 제작해야 한다. 대학 연구 성과를 상용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또한 졸업생들이 지역기업에서 활약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대학과 지역, 지역산업체가 공동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어떻게 마련하는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에 있는 Challenge Lab 안에서 재학생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지난 15일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에 있는 Challenge Lab 안에서 재학생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이외에도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가나자와공대 방문 일정에서는 하쿠산캠퍼스에 있는 병설 국제고등전문학교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 탐방도 진행됐다. 국제고등전문학교는 3+2년 학제로 5년 동안 고등교육과 기술교육을 받는다. 졸업 후 가나자와공대에 편입하거나 타 대학에 편입도 가능하다. 기술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졸업 후 바로 취업도 가능하다. 이날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은 국내 사례에 빗대어 국제고등전문학교의 교육 성과에 대해 질문했다. 남성희 총장은 “한국도 특성화고등학교와 전문대학 간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국제고등전문학교 졸업 후 가나자와공대에 입학한 학생과 고등학교 졸업 후 가나자와공대에 입학한 학생 간의 진로 선택과 교육 성과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와 관련해 마츠이 과장은 “국제고등전문학교 졸업생 벌잔은 가나자와공대로 입학하는데 국제고등전문학교에 기술교육 과정이 있기 때문에 일반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분명한 강점이 있다”고 답했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가나자와공대 방문 일정에서 ‘지방창생’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도 회장은 “한국에서는 ‘창생’이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일본은 ‘지방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라는 뜻의 ‘창생’을 이루기 위해 COC 사업들 스파크, 제이-픽스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며 “지역 혁신에 ‘재생’이 아닌 ‘창생’ ‘새로운 것으로 혁신을 이룬다’는 의미를 넣은 점에서 한국과의 차이점을 엿볼 수 있었다”고 연수 소감을 전했다.

가나자와공대에서 진행하는 대학과 지역기업의 공동연구, 인턴십 프로그램 등은 국내 전문대학에서도 이미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전문대학이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에서 지역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혁신을 이끌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가까운 미래에는 일본 대학과 지자체 관계자가 라이즈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한국 전문대학에 방문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지난 15일 총장단이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 Challenge Lab에서 마츠이 야스히로 산학연계추진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지난 15일 총장단이 가나자와공대 오우기카오카 캠퍼스 Challenge Lab에서 마츠이 야스히로 산학연계추진과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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