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A 탐방 일정’ 프랑스 공공직업교육 첫단계 확인
국가-산업-대학 도제교육 확대 위해 유기적으로 연계
“정부가 기술 노동자 부족 깨닫고 도제교육 지원 확대”
총장 20명, CFA 주요 관계자 함께 1차 컨퍼런스 진행

현지시간으로 2일 아를 건설직업훈련센터(Centre de Formation du Bâtiment d'Arles, 이하 아를 센터)에서 도제공들이 실습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현지시간으로 2일 아를 건설직업훈련센터(Centre de Formation du Bâtiment d'Arles, 이하 아를 센터)에서 도제공들이 실습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프랑스 아비뇽= 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본지가 주최·주관하는 ‘2025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이 현지시간으로 5월 30일부터 6월 7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서밋에 참가한 전문대학 총장단 20명은 프랑스 남부 지방인 아비뇽, 마르세유, 니스를 방문해 직업교육, 도제교육 현장을 탐방하고 대학-지자체-기업 연계 시스템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에서 전문대학 역할 강화를 위한 논의가 전문대학가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밋 총장단은 프랑스 직업교육과 지·산·학 연계 현장을 바탕으로 라이즈에서 전문대학 포지셔닝을 높이기 위한 전략 모색에 나섰다.

아를 센터의 자동차 정비 실습실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아를 센터의 자동차 정비 실습실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 프랑스 공공·민간 도제식 직업교육센터 = 총장단은 첫 일정으로 프랑스의 공공·민간 도제식 직업교육센터를 탐방했다. 직업교육센터 방문에서는 ‘Apprenticeship’이라는 도제교육 제도를 중심으로 프랑스 남부의 직업교육 체계와 실습현장을 살펴봤다.

현지시간으로 2일 총장단은 아비뇽에 있는 보클뤼즈 공공직업교육훈련센터(GRETA-CFA Vaucluse, 이하 그레타-CFA)와 아를 건설직업훈련센터(Centre de Formation du Bâtiment d'Arles, 이하 아를 센터)에 방문했다. CFA(Centre de Formation d’Apprentis)는 도제식 직업교육센터로 그레타-CFA는 교육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며 아를 센터는 사립 형태다.

학생들은 CFA에서 이론을 배우고 기관과 연계된 기업에서 현장 실습 경험도 쌓는다. 기업과 대학의 도제 계약(Apprentissage Contract)에 따라 학생들은 법적 근로자로 인정받아 급여를 받는다. CFA는 대부분 공립 또는 준 공립 형태로, 주로 지역 교육청이나 상공회의소와 협력해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현지시간으로 2일 방문한 보클뤼즈 공공직업교육훈련센터(GRETA-CFA Vaucluse, 이하 그레타-CFA)의 산업관리 실습실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현지시간으로 2일 방문한 보클뤼즈 공공직업교육훈련센터(GRETA-CFA Vaucluse, 이하 그레타-CFA)의 산업관리 실습실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CFA의 재정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지원하며 기업이 도제 계약을 기반으로 교육에 필요한 실습 기자재를 지원한다. 따라서 학생들의 학비 부담이 적다. 국가자격 인증체계도 교육부와 노동부의 국가 자격 기준에 따라 일원화된 형태다. 프랑스의 직업교육 경로는 ‘직업고-BTS-Licence Pro-Master’인데 각 과정 간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국내 전문대학도 ‘전문학사-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전문기술석사과정’ 등 상향 이동이 가능하도록 유연성을 갖추고 있으나 상향 이동 이외에는 이동이 제한적인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그레타-CFA 주요 관계자가 총장단에게 CFA와 프랑스 직업교육 체계 전반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그레타-CFA 주요 관계자가 총장단에게 CFA와 프랑스 직업교육 체계 전반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프랑스에는 현재 1000개 이상의 CFA 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CFA는 도제식 직업교육을 기반으로 산업 현장에 필요한 숙련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아를 건설직업훈련센터는 건설·건축 분야에 특화된 직업교육을 제공한다. 기초 기술자격인 CAP(기능자격증)부터 BP(전문기술자격증), 도제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프랑스 정부가 직업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Apprenticeship’ 즉 도제교육에 지원을 확대하면서 관련 제도가 급성장했다는 점이다. 국가에 필요한 산업인력 수요를 파악하고 교육기관에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도록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아를 센터 영어교사인 사라는 이날 방문 간담회에서 “Apprenticeship은 세계 2차대전 직후 만들어졌다. 이 제도가 급격하게 변한 건 10년 전부터다. 10년 전 모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때 정부가 우리 사회에 엔지니어링, 건축 등 여러 산업분야의 기술 노동자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때부터 정부가 Apprenticeship 제도를 적극 지원하고 확대하기 시작했다. 또 각 산업, 기업체에서 취직 후 바로 실무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요청해 이에 맞춰 교육과정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정부 지원과 산업계 요청이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도제교육 제도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레타-CFA 실습장에서 만난 그레고리 씨(오른쪽). (사진=주지영 기자)
그레타-CFA 실습장에서 만난 그레고리 씨(오른쪽). (사진=주지영 기자)

이날 총장단은 그레타-CFA와 아를 센터의 실습장을 방문하며 실제 ‘도제공’이라 불리는 학생들이 교육받는 현장을 살펴봤다. 그레타-CFA에서는 자동차 정비, 사이버안보, 산업관리 등 총 4곳의 실습실을 방문했다. 아를 센터에서는 실제로 실습실에서 수업 중인 도제공들을 볼 수 있었다.

또 CFA에서 도제교육을 받고 채용이 확정된 학생들도 참석해 총장단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그레타-CFA 실습장에서 만난 그레고리 씨는 “CFA에서 수업을 듣고 콘크리트 블록공장에서 근무했다. 곧 생산관리자로 일할 예정”이라며 “CFA에서 취업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학교 실습 장비가 좋아서 만족한다. 회사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기계와 학교에서 실습하는 기계가 동일하다”고 말했다.

현지시간으로 2일 총장단이 아를센터 방문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현지시간으로 2일 총장단이 아를센터 방문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CFA의 실습 기자재는 기업이 기부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또 기업에서 CFA에 재정지원을 하면 정부가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준다. 이뿐만 아니라 CFA는 기업의 인력 수요를 파악하는 담당자가 있고, 반대로 기업에도 CFA와 교류하는 담당자가 필수 인력으로 마련돼 있다.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동의과학대 총장)도 이날 인사말에서 “산업구조와 일자리 환경이 급변하는 오늘날, 직업교육의 현장성, 실천성, 그리고 산업체 연계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아를 센터는 건설 분야의 기술인력 양성을 위한 현장 중심 교육기관으로 프랑스 직업교육의 우수성과 지속가능한 모델을 잘 보여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영도 회장은 “이번 방문으로 프랑스의 직업교육 제도와 운영 현장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더 나아가 양국 간 교육 협력의 가능성도 함께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기술은 국가를 넘어 인류를 연결하고, 직업교육은 더 나은 미래를 여는 열쇠라 믿는다”고 전했다.

총장단이 그레타-CFA 자동차 정비 실습실을 둘러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총장단이 그레타-CFA 자동차 정비 실습실을 둘러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 평생직업교육 역량 강화하려면 = 같은 날 기관 방문을 마친 뒤 프레지던트 서밋 1차 컨퍼런스도 개최됐다. 1차 컨퍼런스에는 오전에 방문했던 그레타-CFA 주요 관계자 4명이 참석해 총장단의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프랑스 직업교육이 ‘수요자 중심’으로 설계되고 체계도 한국보다 간소하다는 점에서 참고할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직업교육은 여러 제도를 기반으로 진행되면서 교육기관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이효인 대전과기대 총장은 “프랑스 교육이 교육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도 일학습병행제, 마이스터고등학교, 계약학과 등 다양한 직업교육 제도가 있는데 프랑스의 직업교육 제도는 체계적이면서 단순한 느낌”이라며 “우리나라가 좋은 것을 다양하게 받아들이면서 대학들이 많은 것을 수행하고 있다. 프랑스의 단순한 교육 체계가 직업교육에서 오히려 더 확실한 시스템일 수도 있다”고 짚었다.

현지시간으로 2일 개최된 1차 컨퍼런스 현장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현지시간으로 2일 개최된 1차 컨퍼런스 현장 모습. (사진=주지영 기자)

직업교육을 운영하는 이해 주체별로 생각 차이가 있는 것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은 “산학협력과 도제교육에서 기업과 학생들이 어떤 생각, 수요가 있는지 파악한 후에 국가가 정책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 직업교육은 정책 지향점과 학습자 수요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프랑스 정부는 기업들이 교육기관에 재정을 지원하도록 힘을 발휘하고 있다. 국가가 미래를 보고 직업교육을 지원하는 셈이다. 우리도 이해 당사자들의 생각들을 명확하게 분석하고 간극을 메꾸기 위해 힘써야 하는데,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정책 방향을 설정하도록 우리가 더 구체적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용섭 프레지던트 서밋 원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프랑스 직업교육에서 학생은 일터에서 배우고, 기업은 교육의 동반자가 되고 지역사회는 이 모든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 됐다”며 “한국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고등직업교육 혁신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라이즈는 단순히 예산 지원을 넘어 지역 주도의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과감한 정책 실험이다. 이번 서밋 연수 경험은 한국이 구축하게 될 ‘K-CFA’ 모델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테-CFA 방문 후 총장단과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그러테-CFA 방문 후 총장단과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주지영 기자)

이번 연수에는 △이승환 구미대 총장 △이효인 대전과기대 총장 △이민숙 동강대 총장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동의과학대 총장) △권두승 명지전문대 총장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 △윤지현 성운대 총장 △심윤숙 세경대 총장 △왕덕양 송곡대 총장 △윤동열 안산대 총장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 △조홍래 울산과학대 총장 △김현중 유한대 총장 △김성찬 인하공전 총장 △조순계 조선이공대 총장 △김성홍 청암대 총장 △이현석 한국승강기대 총장 △유주현 한국영상대 총장 △나세리 한양여대 총장 △이혜숙 혜전대 총장 등 20명의 전문대학 총장이 참석했다. 또 조훈 전문대교협 국제협력실장과 최용섭 프레지던트 서밋 원장, 심정은 교육사업팀장 등이 함께했다.

지난달 30일 인천공항에서 프랑스로 출국한 연수단은 6월 7일까지 프랑스 남부의 주요 고등직업교육기관을 탐방하고 총 세 차례의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