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주지영 기자] 본지가 주최하는 ‘2025 전문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제2차 컨퍼런스가 지난 4일(현지 시각) 프랑스 니스에서 개최됐다. 이날 20명의 총장단은 엑스-마르세유 대학교 기술전문대학(IUT d’Aix-Marseille, 이하 IUT)을 방문해 프랑스 고등직업교육 기관의 실습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앞서 서밋 총장단은 지난 3일 엑스-마르세유 혁신·지식 허브(CISAM+)를 방문하고 엑스-마르세유-프로방스 광역 상공회의소(CCIAMP) 간담회에 참석해 마르세유 지역의 지산학 협력 모델과 취창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확인했다. 이날 서밋은 이틀 동안 진행된 마르세유 지역의 기관 방문 내용을 톺아보고, 향후 프랑스 직업교육 모델에서 벤치마킹할 내용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구성됐다.
■ 최용섭 프레지던트 서밋 원장 “라이즈, CFA 차이 주목” = 이날 오전 중 방문한 IUT 엑스-마르세유 기술전문대학에서는 프랑스 직업교육의 또 다른 단면을 직접 살펴볼 수 있었다.
이번 서밋에서는 ‘라이즈와 프랑스 CFA 제도 비교’ ‘도제교육과 산학일체형 교육의 한국 적용 가능성’ 이 두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을 이어가고자 한다. 프랑스의 CFA(Centre de Formation d’Apprentis)는 산업 중심 도제식 직업훈련 모델이다. 교육청 또는 업종별 협회, 기업이 협력해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한다. 반면 한국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라이즈)는 지역 주도-대학 협력 기반의 지역혁신 정책이다. 대학을 지역의 산업 생태계 중심에 두고, 고용·창업·기술 혁신을 선도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즉, CFA는 ‘교육-기업 밀착’, 라이즈는 ‘지자체-대학-산업’ 삼각 협력 구조로 요약할 수 있다.
핵심 차이는 직접 고용 기반의 도제 시스템(CFA)과 제도 설계 중심의 플랫폼형 거버넌스(라이즈)라는 점이다. 우리는 CFA에서 기업 참여가 실질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단순 협력이 아니라 고용계약을 기반으로 직무 기반 훈련+자격 인증 체계를 갖췄으며, 학습자 중심의 법적 보호, 경제적 보상 구조, 지역산업과 교육기관의 협력 의무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이런 방향으로 총장님들의 논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 김영도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장(동의과학대 총장) “‘무상교육’ 의미 다시 생각해야” = CFA, IUT 모두 무상교육이 이뤄지는데, 무상교육은 학습자에게 물론 좋다. 국가에서 교육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실제로 무상교육 가치를 학습자가 충분히 아는지 고려해야 한다. 학습의 가치도 학습자 스스로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무상교육을 제공한다고 무조건 가치가 있다는 건 아니다.
IUT를 방문했을 때 관계자들이 교육 시설이 낡은 이유로 재정이 넉넉하지 않다고 말했는데, 무상으로 교육을 제공해 재정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핵심이 있었다. 정부에서 새로운 교육환경을 꾸미는 것에 정책 방향을 설정하지만, 국가 재정은 한정돼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최첨단 실습환경을 갖추는 건 무상교육으로 한계가 있다.
국내 전문대학은 대부분 사립대학이다. 무상교육으로 이어갈 때 사학의 건학이념을 실천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부분도 있다. ‘무상’이라는 말은 좋지만, 그 결과로 ‘직업교육 발전이 힘들어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였다. 우리 전문대학이 잘하고 있는 점이 많다. 전문대교협이 중심이 돼 의견을 모으고 같이 나아가도록 하겠다. 이번 서밋에서 여러 전문대학 총장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고민하게 됐다. 서밋에서 공유한 이야기에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힌트가 있다. 앞으로 전문대교협이 의견을 잘 모아서 함께 갈 수 있도록 하겠다.
■ 김현중 유한대 총장 “대학 간 유대관계 갖춰져야” = 최근 한국은 지산학 협력을 중요시하는데, 프랑스는 국가가 나서서 지자체, 산업계와 대학 간의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직업교육과 중앙정부 지원이 연결돼 있다고 느꼈다. 우리나라는 직업교육을 맡고 있는 전문대학이 대부분 사립대학이라 프랑스와 틀은 다르겠지만, 우리가 봤던 프랑스 교육 체계를 대한민국에 맞게 바꿔서 적용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 간의 연계도 활성화해야 한다. 전문대학 간의 연계와 유대 관계가 중요하다. 지난 정부에서 직업교육이 많이 소외됐는데 새 정부에서는 새로운 ‘한국형 직업교육 모델’을 발전시키기 위한 지원이 확대되길 바란다.
■ 나세리 한양여대 총장 “일학습병행서 ‘학제 유연성’ 차이” = 어느 나라나 청년들의 취·창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 그들의 고민이 우리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프랑스에서는 2018년 법을 바탕으로 지역 정부와 산업체 교육기관이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지 고민했다. 우리는 올해 라이즈로 처음 시작한다. 두 가지 다른 점을 느꼈는데, 먼저 일학습병행제도의 유연성이다. 우리는 고용노동부의 일학습병행제 사업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교육부 체제에 따르고 있다. 일단 일학습병행으로 들어오면 이 제도를 통해 졸업을 해야 한다. 또 학생들이 퇴사하면 본 학과로 들어오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반면 프랑스 학생들은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할 때 일을 하다가 직업학교로 돌아와 학제를 이어갈 수도 있고, 학생들이 더 유연하게 학제를 이용할 수 있었다. 프랑스는 유동성이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점은, 라이즈에서 대부분 지자체가 대학을 재정지원하고 평가하는 위치에 있다. 대학이 주변 산업체와 일을 잘할 것이냐를 평가한다. 프랑스는 지자체에서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돌리고 대학과 산업체가 참여한다. 라이즈도 지자체와 직접적인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대학이 지역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여기서 지자체 역할이 더욱 커져야 한다. 우리나라도 필요한 부분을 뽑아서 활용해야 한다.
■ 이승환 구미대 총장 “‘산학일체형 교육’서 기업 부담 없애야” = 학제는 국가마다 오랫동안 규제나 법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라 이 나라의 유연성을 우리나라에는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제도와 규정이 있어서 대학, 산업간 경계를 없애는 건 한계가 있다. 다만 우리나라의 교육과정과 시스템도 프랑스 못지않게 발달했다.
다만 프랑스에서 한 가지 배울 점은 직업교육 50% 이상을 산학일체형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생이 대학과 산업체에서 동시에 공부할 수 있는 유연성 있는 환경을 구축해 놨다. 산업체와 캠퍼스 간의 공간 제약이 없다. 우리나라는 그 제약이 많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기업이 부담 없이 학생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산학일체형 교육을 할 때 기업에 부담이 없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는 그렇게 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학생들을 근로자로 보는지, 학생으로 보는지 명확하지 않다. 프랑스처럼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할 때 기업에서 부담이 없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산학일체형 직업교육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윤지현 성운대 총장 “유럽 도제교육 도입해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 = 전문대학 차원에서 말산업 분야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과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말산업은 유럽이 주도하는 도제교육 중심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선진국들이 이 분야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말산업 내에서도 조련 파트에 대한 전문 교육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보완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우리 대학은 전문기술석사과정을 운영하는데 이 과정을 프랑스 대학과 연계해 운영하고 싶다. 말 산업 학과가 있는 프랑스 대학과 MOU를 체결해 현지 교육을 병행하고, 해당 유럽 대학에서도 공동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 운영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학생들이 말산업 선도 국가들의 선진 교육을 직접 경험하고, 국제적인 기술·자격을 동시에 갖춰 한국 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이현석 한국승강기대 총장 “전문대학 한목소리로 지혜 모아야” = 기술이 존중받는 사회에 미래가 있다. 이를 위해 많은 정책이 만들어지고, 전문대학을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전문대학끼리 뭉쳐 한목소리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많은 정책이 나와야 한다. 교육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전문대학 간의 협력 체계를 만들어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해야 한다. 이 자리에 계신 총장님들 모두 각 분야에서 좋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함께 지혜를 모아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 유주현 한국영상대 총장 “라이즈서 ‘지산학’ 동등한 입장일까” = 총장이 되기 전, 혁신사업단장을 지내면서 유럽 여러 나라로 연수를 다녔는데, 이번 연수에서는 ‘과연 유럽처럼 라이즈에서 지산학이 동등한 입장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산업체와 지자체 관계자들은 전문대학 인식이 낮다. 전문대학 총장 3명이 교육부에 가도 교육부 과장급이 나온다. 또 모든 사업을 할 때 대학만이 책임을 안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큰 숙제를 안고 돌아간다.
무상교육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럽 대부분 국가가 무상교육을 하는데, 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학생들도 ‘그만둬도 되지 뭐’라고 생각한다. 유럽 청년들도 일자리는 많은데 일은 하기 싫어하는 상태다. 무상교육이 긍정적인 면만 있지 않다. 우리나라는 상황이 또 다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 교육체계를 보면 전반적으로 북미, 유럽 등 여러 국가의 교육과정을 벤치마킹했다. 잘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도 교육 수준이 선진국에 비견된다고 생각한다. 여러 고민을 할 수 있어서 이번 서밋도 좋은 경험이었다.
■ 이효인 대전과기대 총장 “정부-대학-산업체 ‘혼연일체’로 인재양성” = 이번 일정에서 BTS, BUT 등 프랑스 직업교육 전반을 배우게 됐다. 우리나라가 정말 잘하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나라 전문대학이 높은 수준의 교수진과 시설, 재정으로 최선을 다해 교육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일본, 프랑스 모두 정부와 산업체, 대학이 혼연일체로 어떻게 하면 국가, 산업체, 대학 차원에서 좋은 인재를 양성할지 함께 고민하며 교육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지역, 정부, 산업체, 대학이 미스매치되는 것이다. 대학이 많이 노력하고 있는데 국가, 산업체, 대학이 혼연일체를 이루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글로컬대학과 라이즈에서 이들 3개의 축이 잘 연결되도록 힘써야 한다. 국가, 산업체, 대학이 함께 인재양성에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계기가 우리나라에도 빨리 마련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이 세 개가 연결되기 어려운 게 여유가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일본, 프랑스는 여유롭게 하나하나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는데, 우리나라는 사업도 빨리 진행하고 성과도 빨리 만들어야 하는 형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백년은 고사하고 1년 앞을 내다보기 바쁜 평가 시스템이 안타깝다.
■ 조홍래 울산과학대 총장 “유럽 직업교육 핵심 ‘벽 허물기’” = 유럽 직업교육의 핵심은 ‘벽 허물기’다. 대학 간의 벽을 허물고, 지자체·산업체와도 벽을 허물었다. 벽 허물기는 한쪽의 요구만으로 실현하기 어렵다. 서로 간의 이익이 되는 점을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서밋이 그 방향성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연수를 소화하면서 유럽이 한국에 관심이 많다고 느꼈다. 그동안 전문대학이 주로 동남아시아 유학생을 집중적으로 받았는데, 이제 유럽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 오늘 탐방 기관에서 R&D 장소를 보여줬는데, 실용 R&D를 주제로 운영하고 있더라. 자금도 많이 들어가는 것 같지 않았다. 실용 R&D는 우리 전문대학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대학 간의 네트워크와 교류가 중요해진다. 대학 혼자만의 힘으로는 모든 것을 감당하기 어렵다.
■ 안승권 연암공대 총장 “지산학 협력서 ‘직업교육 기관’ 정체성 명확히 설정해야” = 지산학 협력에서는 여러 당사자가 본인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학교와 학생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직업교육 기관으로서 정체성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 가치를 높여야 한다. 전문대학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대학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문대학 간의 협력을 확대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협력도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 왕덕양 송곡대 총장 “교육에 여유로움 정도가 선진국 가르는 척도” = 선진국에 갔을 때 느끼는 건 교육의 여유로움이다. 우리나라는 여유로움을 가졌을 때 산업체와 사회가 이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볼지 궁금하다. 일본, 캐나다의 국립학교에 갔을 때 학생들이 차근차근 기술을 배워 마지막에 결과물을 내는 모습을 봤다. 우리나라는 포토샵 하나를 배워도 기능을 빠르게 배우고 결과물 내기 바쁘다. 우리는 빨리하는 반면 체계성이 떨어지거나 산업구조나 문화적 인식이 좋지 않다. 이번 연수에서 프랑스 교육기관의 교수자들을 만났을 때 이들이 상당히 자유롭고 대학과 프랑스 교육에 대한 자부심이 많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차이에 대해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할 때다. 분명 장단점이 존재할 텐데, 우리나라에 또는 우리 대학에 어떻게 이러한 점들을 접목할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 윤동열 안산대 총장 “직업교육 훈련지수 높을수록 ‘선진국’”= 프랑스 직업교육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증을 가지고 서밋에 참여하게 됐다. 산업현장 맞춤형 직업교육 현장, 유연한 학사제도, 글로벌 학습자를 타겟으로 한 맞춤형 교육이 우리나라와 유사한 듯 유사하지 않다.
선진국을 평가할 때 직업교육 훈련지수가 높은 나라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 지수’라 말하는데, 선진국으로 갈수록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이 체계적이다. 전문대학 총장의 지위가 낮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현장에서 만나면 실제로 그런 느낌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전문대학이 법제적 측면에서 보면 제대로 위치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대학 교육과 지원에 대한 기준이 없다. 특별히 고등교육기관 중에 일반대학 지원하는 것과 다른 재원을 가지고 지원받는 상황이다. 선진국은 직업교육 훈련에 대한 지수가 높아서 다양한 연령대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 제공하면서 사회안전망도 확보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직업교육법을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곧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직업교육 기관인 전문대학을 지원해야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본다.
■ 이민숙 동강대 총장 “산학협력 구조적 변화 필요” = 프랑스의 직업교육은 정부, 지자체, 산업체, 대학이 철저하게 협력해서 함께 진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일반대학 중심의 교육시스템이 우선이고, 직업교육은 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상황이다. 이것은 단순히 교육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와 정부 차원에서 구조적으로 바꿔야 하는 기본적인 문제다.
어제부터 여러 기관을 방문했는데 연구소와 단체들, 다양한 기업에서 학생들이 높은 수준의 기술을 연마하고, 졸업과 동시에 바로 취업이 가능해지는 모습을 봤다. 국내에서도 창업보육을 기반으로 기업을 키우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실제로 중견기업까지 성장시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프랑스는 이 과정을 산업체와 협력해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는 방식으로 해내고 있었다. 물론 언어 문제가 있지만, 이번에 함께한 20개교 총장님들께서 영어 수업이 가능한 학생들을 양성해서 프랑스의 IUT에 단체로 보내고, 어떤 분야든 들어가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MOU를 맺길 바란다. 우리가 이 과정을 시작해서, 학생들이 프랑스에서 실무 기반의 직업교육을 경험하고, 프랑스 학생들도 한국에서 좋은 직업교육을 받아보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 권두승 명지전문대학 총장 “서밋이 전문대학의 갑옷 되길” = 1998년도로 기억하는데,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관계자와 프랑스, 영국에서 선행학습인증제를 공부하고 이후 곧바로 대학에 관련 사업이 시작됐다.
이번에 프랑스에 다시 왔는데, 그 당시 없었던 제도인 CFA, BUT 등이 생겼다. 이동하면서 찾아보니 1966년부터 공립대에서 디플로마를 줬고, EU로 편입되면서 EU체제에서 학위 인증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2021년부터 BUT로 전환됐다는 것을 배웠다.
현재 우리나라도 일반대 안에 전문대학 과정을 주는 법이 계류 중인데, 전문대학이 이를 잘 준비해야 한다. 대학이 망하는 것은 벚꽃엔딩 순서가 아니다. 대학이 변화에 어떻게 준비했느냐에 달려있다. 서밋이 준비 덜 된 전문대학과 총장들의 갑옷이 되고 외로운 총장님들의 성장 친구가 되길 바란다.
■ 이혜숙 혜전대 총장 “‘전문대학 자긍심’으로 직업교육 미래 열어야” = 가장 중요한 것이 인식의 변화다. 프랑스 사회에서 직업교육에 대한 인식은 부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제도적으로 법제화해서 직업교육의 중심은 전문대학이라는 위상이 세워지길 바란다. 올해 라이즈가 시작됐는데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대학에 대해 연구한 바가 많이 없다. 공무원 체계에서 볼 때 교육이 지역으로 들어왔다. 대학, 지역, 산업체가 효율적으로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러한 목적에 맞춰 대학에 대한 공부도 필요한 시점이다.
전문대학에는 오히려 라이즈가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 생각한다. 프랑스 직업교육 현장을 살펴보면서 한편으로 한국 전문대학이 잘하고 있구나라고 자부심을 느꼈다. 프랑스에서 대학 관계자들의 자긍심이 높았다. 우리도 자긍심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 시작이 반이다. 교육을 듣고 실현을 하려면 MOU도 맺고, 각 대학에서 원하는 학생들을 프랑스 대학에도 보내야 한다. 프랑스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장점을 발굴하면 좋은 직업교육 모델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 있는 총장님들이 모두 스승이라 생각한다.
■ 심윤숙 세경대 총장 “긴 호흡으로 대한민국 미래 준비해야” = 우리가 대학을 평가할 때 단순한 시설만 봐선 안 된다. 대학이 가진 역사와 전통, 그리고 기술교육의 깊이는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루이비통도 가방 하나를 잘 만들어 세계적 기업이 됐다. 그 성공의 밑바탕에는 ‘기술’이 있다. 기술이 받쳐줄 때, 세계적 기업도 나올 수 있다.
이번 연수로 기업가정신과 산업에 대한 자부심이 어떻게 유럽 산업 발전의 토대가 됐는지 배웠다.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에서 교육 정책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부 장관이 바뀔 때마다 트렌드를 따라간다. 만약 루이비통이 그때그때 변화했다면 지금과 같은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융복합도 중요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그 가치를 체험하고 계승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마르세이유 상공회의소의 오랜 역사처럼, 빠른 변화만을 추구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청년들이 미래 산업을 책임질 수 있도록, 지금이 바로 전문대학과 산업의 가치를 ‘업스킬링’ ‘리스킬링’할 시점이다.
■ 김성홍 청암대 총장 “전문대학 목소리 전하는 TF 구성해야” = 전문대학의 강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빠른 의사결정 구조다.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새로운 것을 빠르게 흡수하고 재구조화하는 능력이 분명히 있다. 분명한 강점을 가진 전문대학이 왜 어려움을 겪는가. 현재 구조는 타인이 만든 것을 따라가는 시스템이다. 마치 내가 주문한 음식이 아닌, 남이 주문한 음식을 먹는 기분이다.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주문’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직업교육이 제자리를 찾으려면 대학과 산업체를 다시 구조화해야 한다.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된 특화 분야를 정하고, 권역별로 공동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라이즈가 시작된 만큼 이를 조율하고 이끌어갈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또 전문대학이 현장에서 쌓아온 실질적인 노하우를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TF팀을 구성해야 한다. 국회 교육위와 정기적으로 만나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오늘 방문한 대학에 한국인 교환학생도 있었다. 교환학생 올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복잡한 행정절차였다고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줄이기 위해 대학이 공동으로 계약을 맺는 등 협력 시스템도 필요하다.
■ 김성찬 인하공전 총장 “10년 후에도 살아남는 대학 만들려면” = 지난해 서밋에서 “오고 싶은 대학, 중년층에게 필요한 대학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 올해는 그 다짐을 넘어, 스스로에게 10년 후에도 살아남는 대학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숙제를 주고 참여했다. 지금 전문대학은 인구 구조 변화와 산업구조의 재편 속에서 소멸 위기에 놓였다. 특히 중간계층을 위한 교육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앞으로 5년 안에, 우리는 종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는 각 대학이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해법과 통찰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여러 총장님께서 그동안의 경험과 지혜를 토대로 좋은 힌트를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
■ 박주희 삼육보건대 총장 “‘고품질 일자리 창출’ 전문대학서 출발” = 이번 서밋은 기존 연수와 달리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해 언어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 앞으로도 AI 활용이 교육 현장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 방문한 IUT의 브로셔에는 교육에 대한 이들 대학의 가치가 담겼다. 이 가운데 ‘학생들의 성공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다. 현장수요를 반영한 교육과 글로벌 파트너십·기업연계를 고품질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여기에 전문대학이 갈 길이 있다.
2036년 우리 대학은 100주년을 앞두고 대학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깊다. 총장님들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서밋을 토대로 총장님들이 연대해 새 정부에 전문대학 발전과 고용 창출을 위한 정책을 제안해야 할 때다. 전문대학이 고품질 일자리 창출의 중심으로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전해야 한다.
■ 조순계 조선이공대 총장 “‘직관’과 ‘창의’가 필요한 때” = 전문대학에 몸담은 지 36년째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교육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 프랑스의 실험실은 고등학교 수준인데, 우리나라의 장비와 시설은 매우 우수하다. 그러나 교수자의 역량을 더 높여야 한다. 총장 연수뿐 아니라 교수들도 해외 연수 프로그램으로 해외 사례를 접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매년 하계·동계 연수에 교수를 4명씩 보내고, 업적평가에 반영해왔다. 효과도 크다. 지금은 단순히 남을 따라가는 ‘개념’이 아니라, 스스로 창의적으로 길을 찾는 ‘직관’이 필요한 시대다. 준비되지 않은 대학은 도태된다. 따라가기만 해서는 생존할 수 없다. 이제는 전문대학들이 각자 다른 답을 낼 수 있길 바란다.
■ 조훈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국제협력실장 “전문대학 글로벌 협력 전략은”= ‘준비하는 대학이 생존한다’는 말처럼, 지금은 전문대학도 글로벌 협력 방향을 구체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제 전문대학도 벽을 허물고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할 때다. 협력에서 중요한 건 재정이다. 마중물이 없는 상태에서는 공동 협력도 선언에 그치기 쉽다.
현재 전문대학의 대표적인 글로벌 지원 사업인 글로벌현장학습은 대부분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특히 간호학과 중심으로 참여하며 학과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이에 프랑스와의 협력 프로젝트로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범 프로그램을 구상해볼 수 있다.
마르세이유 상공회의소는 지중해 문화권의 출발점이자 기업-대학 연계의 상징이다. 8주 이론·언어교육, 8주 프로젝트 실습으로 구성된 16주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학생 숙소비 등 포함해 1인당 약 1100만 원 규모의 예산이면 10명을 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언어와 예산 문제가 해결된다면 내년 9월부터 시작할 수 있다. 전공에 상관없이 프로젝트 기반으로 운영하고, 1년 시범 운영 계획을 세우고, 이후에는 호주·캐나다·중앙아시아 등으로 다국가 실습교육 네트워크를 확장해갈 수 있다.
■ 최용섭 프레지던트 서밋 원장 “고용을 중심에 둔 교육 철학 ‘주목’” = 오늘 이 자리는 프랑스 직업교육제도의 깊이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직업교육 체계가 나아갈 방향을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CFA에서 ‘고용을 중심에 둔 교육’이라는 철학을 볼 수 있었다. CFA는 지역 내 직업교육 거버넌스 허브다. 이곳에서 교육부-지자체-산업계-노동시장 참여자들이 하나의 계약과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다. 우리 역시 한국형 CFA 모델을 설계할 때,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지자체의 정책 리더십과 기업의 실질적 참여를 제도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한 법적 근거와 행정 시스템 개편도 병행해야 한다. 이번 방문을 바탕으로 라이즈에서 ‘K-CFA’를 시범 도입할 수 있도록 정책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