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 국가책임화, 고등교육 ‘공공기반’ 재설계 나서
교육세 개편·교부금 법제화로 대학 재정 안정성 확보
성과 중심 사업 구조에서 기본재정 중심 체계로 전환
공공성 기여 대학에 맞춤형 지원…사립대 포함 확대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하에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렸다. (사진=대통령실)
지난 2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하에 수석·보좌관 회의가 열렸다. (사진=대통령실)

[한국대학신문 백두산 기자] 고등교육 재정은 한국 대학 문제의 ‘그늘이자 해답’이다. 재정이 없으면 자율도, 공공성도, 경쟁력도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간의 정부 정책은 고등교육 재정에 대한 ‘국가 책임’을 정면에서 다루지 못했다. 학령인구 감소와 사립대 구조조정, 등록금 동결 장기화 속에서 대학들은 줄어드는 예산에 각자도생을 강요받았다.

이재명 정부는 이 악순환을 끊고자 한다. 대학이 스스로 혁신하고, 지역과 사회에 기여할 수 있으려면, 그 전제는 ‘재정 안정성’이며, 이는 이제부터 국가의 책임이라는 선언이다. 미래교육자치위원회가 제안한 고등교육 재정 개편안은 기존 틀을 근본부터 바꾸려는 계획이다. 대학 재정을 국가가 책임지고, 대학은 자율과 책무성을 갖고 사회적 기여를 확대하는 구조다.

■ 등록금과 시장, 한계에 이른 대학 재정 구조 = 현재 한국 대학 재정의 근간은 등록금이다. 특히 사립대학은 수입의 60~80%를 등록금에 의존한다. 하지만 학령인구 급감, 등록금 동결 정책 장기화, 수도권 집중 등으로 인해 다수 대학의 재정구조는 지속 가능성을 잃고 있다.

지방 중소사립대뿐 아니라 일부 국립대조차 기초학문과 교육 인프라에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이재명 정부는 이런 구조를 “공공이 책임지지 않고 시장에 맡긴 결과”라고 진단한다.

■ 고등교육 재정, 국가 책임 체계로 전환 = 미래교육자치위는 고등교육 예산을 ‘의무 지출 항목’으로 규정하는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교육세 구조 개편 △지방고등교육재정지원법 제정 △지역대학 지원기금 신설 등이 포함된다.

이재명 후보의 공약에는 '지방거점국립대 예산 확대'뿐 아니라 '사립대의 공공성 기여에 따른 재정지원 확대'가 명시돼 있다. 이는 사립대라도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면 국비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방향성이다.

■ ‘성과중심’에서 ‘책무 중심’으로…지원방식도 재설계 = 단순한 예산 증액만으로는 재정개편이 완성되지 않는다. 미래교육자치위는 “성과 중심의 단기 사업 위주 지원에서 벗어나, 대학의 중장기 발전계획과 연동된 안정적 예산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라 고등교육 재정지원 체계는 다음과 같은 원칙으로 개편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학 기본재정 확대와 사립대의 공익기능 인정 △대학별 중장기 발전계획 기반 맞춤형 재정 설계 △RISE 및 글로컬 사업 등 지역기반 사업과 통합 운영 △기초학문, 인문사회, 교양교육에 대한 별도 지원 트랙 구축

이러한 변화는 사립대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기초학문과 지역대학처럼 시장 경쟁력만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영역에 대한 국가 책무를 강화하는 것이다.

■ 교육세 구조 개편과 지역대학 지원기금 신설 = 재원 조달 방식 역시 변화가 예고된다. 미래교육자치위는 교육세 일부를 고등교육에 안정적으로 배분하기 위한 법 개정과 함께, 지역대학을 위한 별도 재정 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지역기반 고등교육기금’은 RISE나 글로컬과 같은 지역대학 지원사업의 재원 기반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포괄보조금 형태로 운영돼, 지자체와 대학이 함께 사업을 설계하고 예산을 운영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이재명 정부 교육개혁의 분기점 =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여러 차례 논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이 다시금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이 법은 고등교육재정을 내국세 일정 비율로 자동 배분하는 제도다. 초·중등교육의 경우 교육교부금법으로 법적 안정성이 확보됐지만, 고등교육은 여전히 별도 법률 없이 기획재정부·교육부 협의로 매년 예산이 정해진다.

이재명 정부는 이 문제를 ‘헌법적 불균형’으로 규정하고, 대학의 자율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재정 개입의 제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정부는 예산의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대학에 배분해야 하며, 대학은 중장기 계획에 따라 책임 있는 집행과 운영을 요구받게 된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하는 고등교육 재정개편의 핵심은 ‘철학의 전환’이다. 예산은 단지 수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대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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