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대학과 ‘한국교통대’로 통합 ‘윈윈’ 효과 주목

캠퍼스 특성화 전략 수립, 철도·교통 전문가 양성과정 개설
국내 유일 교통분야 특성화···철도산업 발전에도 기대감

“역대 대학 통합 중 가장 포지티브(Positive)한 모델이다.” 남중웅 충주대 홍보실장은 한국철도대학과의 통합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원 감축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의 대학 간 통합과 달리 ‘통합 후 특성화’ 방향이 명확하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교통 특성화 대학이 탄생함으로써 관련 연구기관들의 협력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학과 지역, 국가 산업발전에 모두 이익이 되는 통합이라고 설명했다.

▲ 본관 전경

 

 

 

 

 

 

 

■ “역대 가장 포지티브한 통합 모델”= 실제로 충주대와 철도대학 간 통합은 그간의 대학통합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모델이다. 작은 대학이 큰 대학에 흡수되던 관례에서 벗어나 작은 대학(철도대학)의 특성화 분야를 통합 대학 전체로 확산시키는 과감한 선택을 했다.

통합 교명을 ‘한국교통대’로 정한 것에서 이 같은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대학본부를 어디에 둘 것이냐, 통합 교명은 무엇으로 하느냐를 놓고도 협상이 결렬되는 게 대학 통합이다. 강릉원주대는 통합 교명을 정하는 데만 무려 2년이 걸렸다. 그런 면에서 큰 대학(충주대)이 일찌감치 교명을 ‘한국교통대’로 정한 것이 통합 성공의 열쇠가 됐다.

이런 노력은 철도대학의 원래 정원을 거의 줄이지 않은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4년제와 전문대학 통합 시에는 전문대학 입학정원에 해당하는 정원의 60%를 감축해야 한다. 기존 충주대 입학정원과 철도대학 입학정원은 각각 2101명, 224명이다. 때문에 135명을 줄여야 했던 충주대는 122명을 충주·증평캠퍼스에서 줄이고, 철도대학이 위치한 의왕캠퍼스는 13명만 감축했다. 교통·철도분야 특성화를 위한 준비를 마친 것이다.

양 대학의 통합은 ‘상호 윈윈’하는 모델로 봐도 손색이 없다. 충주대는 전통적 강점 분야인 IT·공학 분야를 바탕으로 철도·교통·물류 등 신 성장 분야를 접목할 계획이다. 장병집 총장은 “충주대는 전체 학과의 60% 이상이 공학계열”이라며 “공학계열은 커리큘럼을 조금만 수정하면 교통·철도분야와 연결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 상호 윈윈하는 대학 통합= 충주대는 통합 이후 특성화를 고려해 △교통시설공학과 △교통생태공학과 △교통서비스경영학과 △교통정보디자인학과 △항공운항과를 신설했다. 최근에는 국립대 최초로 공군 ROTC를 유치해 특성화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남중웅 실장은 “우수한 항공기 조종사와 항공 전문가 양성이 가능해지면서 명실상부한 교통 특성화대학의 위상을 다질 기반”이라며 고무된 표정을 지었다.

통합 효과는 학생모집에서도 확인된다. 최근 마감한 2012학년도 수시모집의 경쟁률이 10.42대 1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전년도(2011학년) 경쟁률 7.12대 1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규열 입학관리과장은 “이번 수시모집은 통합이 최종 확정되기 이전에 시작됐지만, 통합 가능성을 높게 본 지원자가 많아 경쟁률이 상승했다”며 “상승한 경쟁률만큼 우수학생도 많이 몰렸다”고 밝혔다.

철도대학도 이번 통합을 계기로 기존 전문대학의 한계를 넘어 인력양성의 고급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양 교는 교과부에 제출한 통합 신청서에서 “철도대학은 그간 연구개발보다는 현장 실무형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수행해 왔으나, 이제는 철도 차량·시설의 안정성과 철도서비스의 고품질이 요구되고 있다”며 “철도 운영과정에서도 정보·통신·전자기술을 최대한 융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철도 인력 양성의 고급화를 이룬 나라가 많다. 독일은 기센대 등 전국 10여개 국립대에서 석·박사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과 영국에서도 철도대학에 대학원 과정이 설치돼 있고, 중국에서는 6개 대학이 철도관련 학·석·박사과정을 운영 중이다.

■ 국가 철도산업 발전에도 ‘파란불’= 우리나라의 철도기술은 세계 수준에 비해 70~80%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반면 시장규모는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철도협회 자료에 따르면 철도관련 분야의 인력수요는 2020년까지 약 1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분석한 자료에서도 2015년에 8만8000명, 2020년에는 약 13만7000 명 이상의 철도 관련 인력수요가 예상된다.

철도는 친환경적 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은 도로와 철도가 각각 88.7%, 11.3%를 차지하지만, 점차 철도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철도화물의 경우 화물차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무려 14.2배나 높으면서 CO2 배출량은 13.4배나 적다.

EU 국가들이 도로 투자액의 약 2.3배 이상을 철도에 투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성장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철도는 남북한 교류 확대, 유라이사 횡단철도, 동국아 중심국가 등을 위해서라도 국가적으로 육성해야할 분야다. 철도대학을 사립대가 아닌 국립대와 통합시켜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가졌던 이유다.

장병집 총장은 “세계적으로 철도를 기반으로 하는 그린 수송시스템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며 “철도산업은 향후 늘어날 인력 수요는 물론 앞으로 연구·개발할 분야가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고 평가했다.

이미 충주대는 통합 이후 캠퍼스별 특성화 전략을 세웠다. 철도대학과는 애초부터 유사·중복학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학과 통폐합에 따른 잡음도 적다. 대학 본부가 위치한 충주캠퍼스는 교통·물류·항공·IT·에너지·부품소재 분야로 특성화된다. 증평캠퍼스는 보건·의료·생명·국제사회 분야로, 의왕캠퍼스는 철도 분야로 특화된다.

통합 후 철도대학이 위치한 의왕캠퍼스의 7개 학과는 5개 학과로 개편된다. 최근 철도관련 분야에서 안정성과 서비스가 강조됨에 따라 철도운전기전과를 철도운영안전공학과로, 철도경영정보학과를 철도경영·물류학과로 개편했다. 나머지 학과는 △철도시설공학과 △철도전기전자공학과 △철도차량시스템공학과 등으로 통폐합됐다.

아울러 충주의 컴퓨터정보공학과가 의왕으로 이전한다. 철도 분야에 IT 관련 교육·연구를 접목시키기 위해서다. 충주캠퍼스의 교통시설공학과와 교통생태공학과는 교통사회시스템공학과로 통합한다. 증평캠퍼스의 영어학과는 충주의 영어영문학과와 통합해 영어학부로 개편하고, 컴퓨터멀티미디어학과는 충주캠퍼스로 이전해 기존 컴퓨터 관련학과와 차별화를 꾀한다.

충주대는 “대학 특성화를 위해 전체적으로 교통·물류 관련학과의 정원을 늘렸다”며 “야간과정이 있던 영문학과와 중국학과는 폐지하고, 잔여 정원도 특성화 관련 학과에 배정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100년을 여는 특성화 발판”
장병집 총장 “융합교육으로 교통·철도 전문가 양성”

▲ 장병집 총장
장병집 총장은 철도대학과의 통합을 “향후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여는 발판”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대학을 특성화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교통·철도 관련 전문인재 양성을 위한 융합교육과정도 만들었다. 1~2학년 때는 각자의 전공 공부에 충실하고, 고학년부터는 교통·철도 분야와 접목시킨 심화학습과정을 거쳐 전문가로 양성된다.

대학 통합과 특성화 과정에서 소외감을 가질 수 있는 인문사회 분야에 대해서도 “철도 정책을 다루는 학문으로 접목이 가능하고, 상하이교통대나 한국외국어대처럼 교통대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더불어 발전할 분야”라고 설명했다.

- 오랫동안 노력해 온 철도대학과의 통합이 확정됐다. 그간 통합을 성사시키기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뭔가.

“경쟁대학이 많아서 당사자인 철도대학의 선택을 받는 과정이 힘들었고, 그 것을 해결하고 나니 중앙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일이 어려웠다. 철도대학을 종합대학과 통합시켜 4년제로 바꾸는 정책은 사립화를 전제로 세워졌기 때문에 이를 국립대와의 통합으로 전환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관련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예산을 쥔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바꾸는 일은 구성원의 힘 갖고는 어려운 일이다. 만약 윤진식 의원이 정부와 대학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통합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다.”

- 교과부로부터 통합이 확정됐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셨을 때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다.

“2년 반 이상 통합을 추진하면서 한 번도 통합이 안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지난 9월 22일 교과부로부터 통합 승인을 통보받았을 때의 감회는 ‘힘든 과정이 끝났다. 이제는 살길이 열리는 구나’였다. 만약 철도대학과 통합을 통해 특성화를 못한다면 충주대의 생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이제는 그 고비를 넘겼으니 ‘교통대’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 세계에서 우뚝 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 이번 통합 과정에서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았던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충주)의 공이 컸다고 했는데.

“무엇보다 윤 의원 자신이 대학 총장(옛 서울산업대)을 지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지방 국립대에 닥쳐올 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향후 십년 이내에 학령인구가 40% 감소하면 충주대가 살아남을 길이 없다고 봤다. 지역구 의원이 해당 지역의 대표적 국립대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고 발 벗고 나서줬다.”

- 교과부가 통합 승인을 내리기 전 국립대학통폐합심사위가 5차례나 열렸다. 그 과정에서 양 교 통합안이 수정됐는데.

“수정된 부분은 특성화 계획이다. 양 대학이 통합해 한국교통대로 바뀌면서 충주대의 학제가 전면 개편됐다. 이 부분에 상당이 많은 시간을 들였다. 그 결과물이 융합학문체계다. 학부과정에서 특성화된 융합교육을 실현할 것이다.”

- 철도·교통 특성화를 위한 융합교육을 좀 더 설명해 달라.

“기계·전기·에너지·컴퓨터공학 등 기존의 학문분야에 철도·교통 분야를 접목하는 교육이다. 학생들은 1~2학년 때 전공 공부를 하고, 3~4학년 과정에서 융합학문으로 들어온다. 이로 인해 교통·철도·항공 쪽에 특화된 심화교육을 받아 전문화된 인재로 성장한다. 이 융합교육을 아우를 센터도 만들었다. 학생들은 6~7개 융합학문 분야 가운데 한 분야를 선택해 심화교육을 받을 수 있다.”

- 공학 분야는 철도·교통과의 접목이 가능하지만, 인문사회 분야는 그렇지 않다. 향후 특성화 과정에서 인문사회 분야가 소외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인문사회 분야에서 느끼는 소외감이 이해는 된다. 하지만 교통 분야는 다학문·다학제가 혼합된 분야다. 예를 들어 기존 행정·경영학과는 교통정책이나 교통서비스경영을 다루는 분야와 접목이 가능하다. 음악학과나 문예창작, 스포츠 분야 등 교통과 연계가 안 되는 분야도 ‘교통대’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 영향을 받게 된다. 상하이교통대에는 의대도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외국어대에는 외국어 관련학과만 있는 게 아니다. 인문사회분야도 교통대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더불어 발전할 분야다.”

- 올해 충주대는 개교 97년을 맞았다. 이번 통합이 학교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나.

“지금까지의 역사가 100년 가까이 된다. 이번 통합은 과거 역사를 기반으로 새로운 100년을 여는 기반이다. 향후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교통대가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는 구성원들이 얼마나 성실히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 앞으로 충주·증평·의왕 캠퍼스의 특성화를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가.

“충주는 신성장동력·교통 분야 특성화 캠퍼스로 육성할 계획이다. 증평캠퍼스는 보건·생명·의료 분야로 육성한다. 증평지역은 보건·의료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그쪽의 간호·응급구조·물리치료·사회복지학과 등 모든 학과들이 해당 지역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의왕은 기존의 철도대학을 하나의 단과대학으로 두고, 철도 산업분야의 메카로 키울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능인 양성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기술인·연구인을 양성하는 곳으로 변모할 것이다. 내년에는 이곳에 녹색교통전문대학원을 설치하겠다. 의왕에는 철도기술연구원, 국토연구원 등이 있어 대학원을 중심으로 한 철도관련 연구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철도대학 통합 리더십이 빛났다
경쟁대학보다 1년 늦게 통합 추진한 후발주자
‘한국교통대’ 교명변경 선언 통합 1순위 부상

충주대가 철도대학과의 통합에 첫 발을 내딛은 시점은 2009년 5월이다. 장병집 총장이 취임한 뒤 한 달 만에 대학통합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렸다. 같은 해 8~9월 한 달 간 통합 가능성을 분석한 뒤 본격적인 통합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때는 이미 국토해양부가 철도대학 인수에 관심을 가진 7개 대학으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은 뒤였다. 국토부는 2008년 9월까지 공주대·부산대·서울산업대·전북대·충남대·한경대·한밭대 등 총 7개 대학으로부터 의향서를 제출받았다. 당시만 해도 충주대는 통합 가능성이 낮은 ‘후발주자’에 불과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뒤 충주대는 한국철도대학 발전심의위원회에 의해 통합 대상 1순위로 선정됐다. 2009년 5월 철도대학 통합에 뛰어든 지 1년 만에 거둔 성과다.

후발주자였던 충주대가 경쟁 대학들을 제치고 철도대학의 마음을 얻은 이유는 적극성이다. 통합 이후 교명을 ‘한국교통대’로 변경하겠다는 강수가 철도대학과 국토부, 교과부의 마음을 샀다. 그리고 그 적극성은 장병집 총장으로부터 나왔다.

장 총장은 2009년 4월 취임 이전부터 철도대학과 통합을 향후 대학이 나갈 방향으로 설정했다. 그는 “총장 선거에 출마하기 전부터 철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는데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며 “남북한 철도에서부터 일본과 한국 간 해저터널, 시베리아·유라시아 횡단열차 등이 연결될 전망이다. 철도를 기반으로 전 세계를 연결하는 그린 수송시스템이 이제 막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선점해야 할 ‘블루오션’으로 철도를 선택한 것이다.

경쟁 대학들도 철도의 발전가능성에 주목했다. 7개 대학이 철도대학 인수에 관심을 갖고 매달렸던 이유다. 그러나 충주대가 아예 교명을 바꾸고, 대학 전체를 교통·철도분야로 특성화한다는 계획을 수립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2009년 12월 실시된 철도대학 구성원 투표결과 충주대는 48.9%의 지지를 얻어 ‘통합선호대상 1위’를 차지했다.

장 총장은 “철도대학은 우리 대학에 비해 규모가 15분의 1 정도”라며 “그처럼 작은 대학에 왜 그렇게 많은 대학들이 통합을 원했겠는가. 가장 중요한 이유는 특성화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교통대로 새롭게 태어난 충주대와 철도대학은 통합 이후 2030년까지 전국 순위 20위권 안에 드는 경쟁력을 갖출 계획이다. 전국에서 △교통분야 특성화 1위 △취업률 10위권 △전공 영어강의 100% △충원율 100% △외부 연구비 20위권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최초 교통·철도 분야로 특성화된 국립대가 향후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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