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자발적 혁신과 협력 중요하지만…정부 관심도 ‘시급’
조병섭 두원공대 총장 “ 정부의 무관심 속 나침반 찾아야”
김교일 동양미래대 총장 “전문대, 차별화된 유일 대학 돼야”

25일 열린 ‘‘2022 전문대 UCN President Summit’에서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의 ‘미래 교육혁신과 대학경영’ 발제 이후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25일 열린 ‘‘2022 전문대 UCN President Summit’에서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의 ‘미래 교육혁신과 대학경영’ 발제 이후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강릉=한국대학신문 우지수 기자] 전문대학이 당면한 위기에 맞서 적극적인 혁신을 시도해야 하지만 전문대에 대한 정부 철학의 부재가 이를 현실성 없는 과제로 만든다는 원망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이어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대학이 힘을 합쳐 전문대 입학을 원하는 학생에 집중하는 교육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2022 전문대 UCN President Summit’이 25일 강릉 스카이베이 호텔에서 열렸다. 행사 첫날 첫 번째 세션에서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인천대 총장)의 ‘미래 교육혁신과 대학경영’ 주제발표 이후 총장 토론이 이어졌다. 조순계 조선이공대 총장이 좌장을 맡고 조병섭 두원공대 총장과 김교일 동양미래대 총장이 토론을 맡았다. 토론 내용에 대해 공병영 충북도립대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육근열 연암대 총장이 의견을 보탰다.

조병섭 두원공대 총장
조병섭 두원공대 총장

■ 조병섭 두원공대 총장 “전문대가 처한 현실과 정부의 무관심 속 어떤 방향을 찾아야 할지가 중요” = “구글의 예를 들면서 학교의 변화를 만드는 문화를 조성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영감을 받았다. 발표에서 언급된 전문대의 현실에서 말한 미국의 칼리지 사례와 미네르바 등 특수한 대학의 경우, 지금 전문대가 처한 현실에서 이처럼 혁신하기 위해서는 폐교를 하고 새로운 학교를 창조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 처한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하다. 이면에는 대한민국 사회에 깔린 전문대에 대한 기본적인 정부 철학의 부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대가 처음 생겼을 때 농업고등학교  등이 전문학교로 출발을 해서 전문대가 되고 일반대학으로 변모했다. 직업교육이라는 것은 없는 자들을 위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인데도 불구하고 국가가 세운 학교들은 이제 전문대가 아니게 됐다. 직업능력개발원에서 소위 장애인에게도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학교인 복지대 역시 작년에 안성에 있는 한경대에 합병됐다.
지금 전문대학만이 직업교육을 담당한다면서 성경 구절처럼 외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전문대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 회의감이 든다. 많은 변화를 줘야만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도적으로 엉켜있는 현실에서, 사학인 우리가 직업교육을 책임져야 하는가가 정책적으로 잘못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마저도 안방 자리는 6, 70년대 훈련원으로 시작했던 학교가 폴리텍이 돼 차지하고 있다. 국가가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많은 제약을 하는데 이 부분이 풀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도를 풀고 스스로가 혁신해서 이 세계의 드문 학교를 만들 수 있는 환경도 결국 제도적으로 풀어야 가능하다. 지금 상태로는 변화의 폭이 좁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조동성 이사장의 혁신 강의에서 반성할 점도 얻었지만 국가에 대한 원망도 늘었다.”

김교일 동양미래대 총장
김교일 동양미래대 총장

■ 김교일 동양미래대 총장 “전문대 원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체 없는 유일 대학 돼야” = “조병섭 총장님의 발표에 제도적 측면보다는 미시적으로 대학이 할 것인지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한다. 인천대 총장 취임 1주년 인터뷰를 본 기억이 있다. 인천대는 1등대가 아니라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유일한 대학을 지향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발언이 네오 부티크 대학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부티크는 부자들을 상대로 고급 상품을 파는 가게라는 뜻에서 내려온 단어다. 팬데믹 불황에도 명품 시장이 호황이란 기사가 많았다. 미네르바 같은 대학도 혁신이라는 단어가 붙긴 하지만 세계를 상대로 뛰어난 인재를 모으는 학교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고급지향이 성공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문대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를 생각해본다면 무조건적인 고급지향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지향한다면 그 대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하고자 한다. 유일한 대학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혁신 과제라고 생각하고, 문제는 그 대학이 누구며 어떻게 유일 대학이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서울대가 전문대생들에게도 좋은 학교일까를 생각해본다면 그렇지 않다. 어울리지 않는 나쁜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대는 전문대를 올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면 유일한 대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은 차별화와 같은 개념이며 이것이 유일한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지향점 다음으로 혁신의 단위가 중요하다. 최적의 대학이 된다고 생각할 때 전문대생들을 겨냥하므로 차별화가 필요하고 대학별로 차이가 있으므로 차별화가 필요하다. 따라서 모든 전문대에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전문대 전체가 함께 진행해야 한다.

지금은 함께 혁신해야 하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 인식 때문이다. 일반대는 어느 대학이 특별히 어떤 것을 잘한다면 쉽게 주목하고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전문대는 힘들다. 전문대는 함께해야 성과를 볼 수 있다. 함께 물줄기를 바꿔 나가야 혁신에도 효과가 더 나타날 것이다. 전문대는 혁신과제를 공동으로 수립하고 방안을 강구하고 합심해 혁신을 이뤄 나가야 한다. 지금 현실에서 그나마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평가는 모든 평가가 그러하듯이 시행하는 순간 획일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기준을 잘 만든다면 줄일 순 있지만 없앨 순 없다. 어느 정도의 합리성은 있지만, 평가 대상 모두가 만족할 순 없다. 이 평가를 중요한 과제의 지표로 사용한다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평가가 대학의 획일화를 부추기며 혁신에 반하는 결과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공통 요소만 평가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겠지만 그 결과를 결정적인 곳에 사용하게 되면 학교들은 공통 요소에 자원을 사용하고 차별성을 위한 자원은 남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학생 정체성 확립이 학교와 교수의 역할” = “조병섭 총장의 정부 철학 부재에 대한 지적은 대한민국 모두가 공감할 내용이고 정확한 맥이다. 김교일 총장의 서울대도 좋은 대학이 아닐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학생 하나하나의 주체성 정체성을 살려주고 비교하지 않고 학생이 삶의 꿈을 추구할 수 있게 돕는 것이 대학과 교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공병영 충북도립대 총장
공병영 충북도립대 총장

■ 공병영 충북도립대 총장 “인천대, 혁신으로 과거 부실대 이미지 싹 씻어…한국대학신문 주관 전문대 혁신대학 평가 해봤으면”= “예전에 인천대는 부실대학의 대표 대학이었다. 하지만 이후 세계 대학평가 21위까지 갔다는 것은 매우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과거 해외 평가에서 우리나라 대학이 100위 안에 들어간 경우를 찾기는 매우 힘들었다. 당시 서울대 교수들이 자조적인 이야기를 쏟아내곤 했다. 100위 안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세계 대학평가 기준을 보면 대학의 노력, 향상도뿐 아니라 혁신 관련 지표도 보고 평가한다. 우리나라 대학도 이 같은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변화와 혁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대가 이미 보여줬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 언론 등 대외적인 대학 평가는 현재 일반대 위주로 실시된다. 하지만 전문대를 평가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이 주관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혁신 사례를 중심으로 단순한 나열보다는 자료를 분석해 공유하는 과정을 추가한다면 전체 전문대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 “총장들의 리더십과 구성원의 협력으로 전문대 혁신 이끌어야” = “오늘 서밋에 교육부에서 아무도 안 온 것이 유감이다. 대학이 학생 수가 많아서 경쟁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학생이 없어 문제가 되는 부분이 많다. 잘 나가는 대학이 혁신해야 한다. 스스로 혁신해야 하는데 그 길이 막혀있다. 예를 들면 남미 탄광이 무너져서 30일 이상 갇혔다가 구조된 적이 있다. 리더십이 큰 힘이 발휘된 사례다. 개인마다 특성에 맞춰 식량을 배급했다. 구조대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며 구출할 지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
지금은 전문대를 갈 학생들도 서울로 간다. 뭘 가지고 전문대를 혁신할 것인가가 문제다. 말씀하신 바처럼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혁신하려 해도 규제 때문에 혁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혁신을 추구하는 총장님들 존경하고 신문이 앞장서고 정부가 귀 기울여야 한다. 공정한 평가보다는 공평한 평가로 인구소멸, 작은 단위의 학교, 어려운 계열의 학교에 맞춤형 재정지원 등 계획을 세워 줘야 한다. 이런 포럼이 필요한 이유다.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안에 대해 의견을 달라고 하면 직능단체들에서도 의견이 안 나온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지원으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다 함께 오래 갈 수 있는 길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육근열 연암대 총장
육근열 연암대 총장

■ 육근열 연암대 총장 “대학의 진입장벽을 스스로 다시 쌓을 필요 느껴” = “마지막 결론에서 ‘총장이 원하는 미래는 예측되는 미래가 아니라 만들어지는 미래’라는 말이 와닿았다. 인천대의 구체적 사례로 참여 학생 수로 예산 분배했다는 사례를 보고 많은 조동성 이사장이 했을 깊은 고민을 느꼈다. 상당히 구체적인 사항도 공유해 줬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일본에 갔을 때 일본 닌텐도 인력공급 전문대학에서 교수를 어떻게 채용하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게임 시장 전문가들을 자유자재 영입해서 교수를 기용한다고 했다. 우리처럼 전임, 시간강사 등의 개념이 없고 강의를 잘하는 인재가 있으면 그 사람을 기용한다고 했다. 프랑스의 제과제빵 학위과정 역시 전 세계에서 몰려든다. 학교 교육 자체가 사람들을 끌 수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을 가진 대학들을 참고한다면 좋은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가 진입장벽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문득 12세기 징기스칸의 명언이 떠오른다. ‘스스로 성을 높이 쌓는 자는 성 때문에 망한다’는 말이다. 전문대의 진입장벽을 없애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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