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누 아이프 “전통적 대학에서 벗어나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 제공하는 게 ASU의 비전”
켄로 쿠스미 “ASU 혁신의 비결은 미래 지향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메시지 전파”
스티븐 테퍼 “건설적 디자인 팀’ 운영, 혁신 위한 팀의 기능성 활용해 메타버스 확장 등 혁신 실천”

현지시간 8일 오전 9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2022 혁신대학(ASU) 해외 벤치마킹 교육연수단’ 들이 미누 아이프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현지시간 8일 오전 9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2022 혁신대학(ASU) 해외 벤치마킹 교육연수단’ 들이 미누 아이프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미국=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혁신은 20년간의 치열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모두를 포함하는 교육’으로 대표되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얘기다.

본지는 한국의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대학에서 혁신 기법을 배워오는 교육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3년 전 교육연수단이 미국의 애리조나주립대(ASU)를 방문한 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2022 혁신대학(ASU) 해외 벤치마킹 교육연수단’ 프로그램의 첫 일정이 현지시간 8일 오전 9시부터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3년 전에는 일반대 총장, 교수 등 20여 명이 ASU를 방문해 짧은 시간 동안 ASU의 혁신교육 노하우와 새로운 시도들을 살폈다면, 올해는 ASU의 온라인 교육 등 업무별 혁신사례 등을 2일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3일째부터는 2022년 세계 100대 혁신 대학평가(WURI, The World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 1위에 선정된 미네르바 대학까지 탐방 연수도 시행할 예정이다.

현재 ASU에서 총장의 핵심 고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미누 아이프(Minu Ipe) 박사는 “한국에서 여러 번 동료들이 왔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만날 수 없다가 다시 이번 연수를 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ASU의 개혁과 디자인을 설명하고 우리 대학에서 어떻게 혁신을 발전해나가고 있는지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누 아이프 박사는 현재의 ASU가 있을 수 있도록 마이클 크로 총장을 도와 대학을 획기적으로 디자인한 장본인이다.

■ “ASU, 소수를 제외하는 게 아니라 모두를 포함하는 대학” = ASU의 혁신은 20년간 지속돼온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다. 아이프 박사는 “△사회에 어떻게 학교가 기여할 것인가 △어떻게 그 영향력을 만들 것인가 △누가 개혁을 주도할 것인가 이 세 가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20년간 지속돼온 결과물이 바로 ‘모두를 포함시키는 대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SU는 종합공립연구대학으로서 소수를 제외시키는 게 아니라 모두를 포함시키는 대학으로 자리잡길 원한다”면서 “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전통적 대학의 역할에서 벗어나 ASU는 누구든지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라면 어느 곳에 있든지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 ASU의 비전이라고 덧붙였다.

아이프 박사는 모두를 위한 대학을 실천하기 위한 ASU의 노력들도 소개했다. 그는 “지역 사회에 먼저 우리가 진출해서 지역 주민들에게 ASU를 알리고 고등교육에 참여하길 원하는 이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학생들이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칠 수 있도록 830개 이상의 학위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캠퍼스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 교육, 하이브리드 교육과 데이터 기반 사례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재정 확충 비결도 공개했다. 아이프 박사는 “공립학교 특성상 예산의 10% 미만을 주에서 지원받고 나머지는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확보하고 있다”며 “중요한 점은 자원을 확보할 때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고등교육의 미래는 전통적 대학에만 머무르는게 아니라 외부와 연결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자원의 확장 가능성은 중요한 요소라는 주장이다. 아이프 박사는 “ASU 캠퍼스 중 가장 규모가 큰 캠퍼스가 피닉스 중심에 위치한 캠퍼스”라면서 “피닉스 시와의 협력을 통해 채권을 발행했고 45개의 도심에 대학 캠퍼스 구축할 수 있도록 도시와 협력해 도심에 많은 사업도 만들었다”고 전했다.

현지시간 8일 오전 9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2022 혁신대학(ASU) 해외 벤치마킹 교육연수단’ 들이 미누 아이프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켄로 쿠스미 교수와 스티븐 테퍼 교수.
현지시간 8일 오전 9시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에서 ‘2022 혁신대학(ASU) 해외 벤치마킹 교육연수단’ 들이 미누 아이프 박사의 강연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켄로 쿠스미 교수와 스티븐 테퍼 교수.

■ 혁신의 비결은 미래 지향과 메시지 전파 = ASU 혁신의 비결은 미래 지향이라는 분명한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메시지 전파였다. 켄로 쿠스미 교수는 혁신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목소리들이 많을 것이라며 자연과학대 학과장으로서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우리는 미래를 지향하는 대학이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구성원들에게 전파했다”며 혁신의 일환으로 젊고 재능있는 교수들에 대한 권한 부여를 언급했다. 젊고 재능있는 교수들이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원팀 정신’도 강조했다. 쿠스미 교수는 한 학과의 교수들만이 아니라 혁신을 실천하려는 모든 사람들을 팀으로 구성했고 리더로서 계속 메시지를 전파했다고 말했다. ASU의 혁신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점도 소개했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마이클 크로 총장이 ‘미래를 지향하라, 혁신하라, 창조하라’는 메시지를 전파했고 아직까지 우리의 혁신은 중간 과정에 와있다”고 덧붙였다.

스티븐 테퍼 예술디자인대학 학과장도 혁신을 위한 팀의 기능성을 혁신의 주요 요소로 제시했다. 소위 ‘건설적 디자인 팀’이라고 불리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에 메타버스와 확장현실을 통한 혁신의 실천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ASU의 혁신을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피닉스 도심에 위치한 ASU 캠퍼스다. 스티븐 교수는 “피닉스 인근 메이사(Mesa)라는 도시의 시장이 오후 5시만 돼도 공동화됐던 피닉스에 ASU 캠퍼스가 설립되면서 도시가 활성화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언급했다. 스티븐 교수에 따르면 마이클 크로 총장에 메이사 시의 시장이 새로운 혁신 도시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고 ASU 기획팀에서 영화 필름 제작과를 만들어 메이사 시에 보내게 됐다. 이러한 ‘용감한 아이디어’를 통해 지금의 과감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게 스티븐 교수의 설명이다. 

■ 한국 대학에 혁신 적용하기 위한 과제는 = ASU의 혁신을 국내 대학에 적용하기 위한 연수단의 학문적 열기도 뜨거웠다.

데이터 기반 관리 사례에 대한 질문이 먼저 나왔다. 김지영 강릉원주대 성공지원과 팀장은 “중도탈락을 예방하기 위해 고위험군 학생의 데이터 900여 개를 관리하고 학생을 성공적으로 사회 진출시키는 점이 감동적이었다”며 “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실질적인 사례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쿠스미 교수는 “모든 단과대마다 학생서비스팀이 있다”며 “학기마다 학생서비스팀의 고문이 학생에게 연락해서 상태를 점검한다. 이 시스템이 항상 작동하고 있고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서비스팀에 전달해서 상담받을 수 있게 한다”고 답변했다.

김효석 건국대 혁신사업단 센터장은 ASU가 QS 같은 세계랭킹 프로그램에 신경을 쓰는 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스티븐 교수는 “대학 세계랭킹의 지표들이 ASU가 추구하는 미래와 동떨어진 지표들이 많아 신경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구성원들에 대한 평가 제도 운영도 언급됐다. 권기환 상명대 대학혁신추진단장이 평가제도에 반영하는 요소를 묻자 켄로 교수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을 빨리 찾아내서 지원하고 모멘텀을 만들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온라인 수업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김현우 조선대 기획조정 부실장은 온라인 수업에서 학생들의 중도탈락율이 높지 않은지 물었다. 이에 대해 켄로 교수는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도 실험실습이나 세미나 참가를 위해 캠퍼스에 오게 함으로써 중도탈락율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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